헌재 ‘합헌’ 결정뒤 부동산시장 충격… 잠실주공5단지 분양가상한도 적용
“조합원 70%가 집 한채인 60대이상… 최소 2억원 부담금 감당 힘들어”
15억초과 대출금지까지 ‘3중 악재’… 일부 조합 사업추진 연기 움직임
전문가 “공급 줄어 집값 상승 우려”
“분양가상한제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까지 피해갈 수 없게 됐죠. 앞으로 사업 추진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상우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의 자문단장은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2013년 조합설립 인가가 났지만 이후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며 아직까지 사업시행 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내년 4월까지 유예된 분양가상한제(분상제)와 지난해 1월부터 부활한 재초환을 모두 적용받는 사업장이 됐다. 이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조합의 자체 추산 결과 재초환 부담금이 조합원당 최소 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김 단장은 “조합원의 70% 이상이 60대 이상에 집 한 채만 소유하고 있는데 부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7일 헌법재판소가 5년여 만에 재초환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에 비상이 걸렸다. 사업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가를 2억∼3억 원 낮춘 급매물이 나오거나 일부 조합은 사업 진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는 등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잠실주공5단지는 헌재의 재초환 합헌 결정이 나온 직후인 28일 전용면적 74m²가 19억7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앞서 ‘12·16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비교적 저렴한 1층 매물의 시세가 21억800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억 원 이상 떨어졌다. 로열층을 기준으로 해도 16일 직전 최고 23억5000만 원의 호가가 형성됐지만 29일에는 20억 원으로 3억 원가량 떨어졌다. 12·16부동산대책으로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이 전면 금지됐고, 27일 재초환 합헌 결정과 분상제 적용까지 더해지는 ‘삼중 악재’로 인해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잠실주공5단지와 상황이 비슷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역시 전용면적 76m²가 16일 이전까지 호가가 21억 원에 달했지만 27일에는 1억 원 이상 낮아진 19억9000만 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부 조합에선 사업 추진 자체를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은 재초환으로 인한 부담으로 올해 4월 시공사 계약을 미루는 등 사업 진행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대치쌍용2차 조합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조합원들이 4억∼5억 원에 이르는 재초환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업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6년 9월 도입된 재초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경기를 둔화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2012년 12월부터 유예돼 왔다. 이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한 재건축 조합까지만 유예를 인정해주고 2018년 1월 1일부터 부활돼 현재도 시행 중이다. 이로 인해 서울 강남구 은마, 압구정 현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아직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지 못한 초기 재건축 사업장 대부분이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원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모임인 주거환경연합의 김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1주택 조합원이 그대로 새 집에 입주할 경우 아무 이익도 실현되지 못한 채 부담금만 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기존 조합원들에게 헌 집에 그대로 살라는 것밖에 안 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상제와 재초환 등 각종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재건축 아파트는 일주일에 2억∼3억 원씩 급락하는 불안정한 가격 조정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하지만 사업을 적극 추진할 조합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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