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6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년 정치권에 당부의 말을 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며 “감정 섞인 의견이 아닌 통계가 증명한다. (이번 국회처럼)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약 30%로 18대(44%), 19대(41%)에 비해 낮다.
올해 박 회장은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과 국회를 16차례 찾아 규제 개혁을 호소해 왔다.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정치권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밤늦게 국회 측에 전화해 사업을 해보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사정을 호소했던 이야기를 하던 중에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다.
박 회장은 이날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는 정부가 정책 수단을 동원해 거시경제 숫자를 관리해 수치상으로 그다지 나쁘지 않았지만 민간의 성장 기여율은 25%로 적어졌다. 민간 체감 경기는 그만큼 나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중장기적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선진국과 비슷한 성장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모든 법과 제도,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수라장 국회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국회의 입법 미비 상황 △공무원의 소극적 행정 △신(新)산업을 가로막는 기득권 등을 한국 경제의 성장 및 구조 개혁을 막는 장애물로 꼽았다. 박 회장은 “미국은 10년 동안 10대 기업 중 7곳이 바뀌었지만 우리나라는 단 2곳이 바뀌었다. 이처럼 산업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고착화됐고, 이는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지며 전체적인 경제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 회장은 “기업들이 양극화 문제, 불공정 관행 등을 외면한 상태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업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한국 경제 성장 과정에서 기업이 여러 보호와 혜택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도 부채의식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는 “해외 순방 시 국민의 합의에 의해 당선된 민주주의의 결과를 다른 나라 국민에게 보인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내년에는 재계 총수보다 이슈를 공유하는 그룹별로 나눠 콘텐츠 위주로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타다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해야지, 이해집단끼리의 충돌로 보고 ‘합의하라’고 할 일이 아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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