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을 두 차례 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공성진 전 의원 등 정치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신지호 전 의원 등 선거사범이 복권된 것은 정부의 엄격한 사면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는 질문에 곤혹스러워한 것이다.
약 10개월 전 3·1절 100주년 특별사면 논의 당시에는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우면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했던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을 이번에 특별사면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대통령에게 사면을 직접 상신한 김오수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이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범여권의 결집을 위한 ‘기울어진 사면’이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 9년 만의 대규모 선거사범 특사
특히 이번 특별사면에서 선거사범을 267명이나 복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사범에 대한 대규모 복권은 2010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현 정부는 출범 후 2017년 12월과 올 2월 등 두 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지만 혜택을 받은 선거사범은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했다.
법무부는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 사범으로 형이 확정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2012년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선거사범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유죄 확정으로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돼 두 차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한 선거사범에게 세 번째 기회를 줬다고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0년에 특별사면된 선거사범 수의 10% 수준”이라며 “판결문 당적을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 여권 약 26%, 야권 약 46%, 기타(무소속 및 교육감) 약 28%”라고 밝혔다. ‘구색 맞추기’를 위해 공, 신 전 의원 등 야당 정치인을 복권시켰다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 5대 부패범죄 특별사면 논란
이 전 지사의 경우 정치인 사면의 엄격 제한 원칙이 깨진 것뿐만 아니라 부패범죄 사범을 예외적으로 사면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전 지사의 경우 2011년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그는 이 재판을 받던 도중인 2010년에도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두 번째로 확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을 5대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2017년 12월 당시 이 전 지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특별사면 대상자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두 사람은) 5대 중대 범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특별사면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됐던 분인데, 대가성이 없어서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부패범죄가 아니라는 청와대의 논리를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교육계와 노동계 총선 표심 집결 의도”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표심 결집을 노리고 진보 성향의 교육계와 노동계 인사를 위해 사면 기준을 스스로 후퇴시켰다는 지적도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서울시교육감 자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2년 대법원에서 상대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됐고, 피선거권도 10년 동안 박탈당했다.
2017년 대법원에서 불법 집회를 벌인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된 한 전 위원장을 복권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가 “국민 대통합과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제1노조로 성장한 민노총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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