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경제성장률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이 어려울 만큼 몰락했다.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경제가 추락했지만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의 활력을 높여야 할 공무원들은 소극 행정과 복지부동으로 일관했다.
동아일보가 공직사회의 현황을 살피려고 ‘정부 혁신 공모전’과 공무원 익명 게시판 등을 취재해 보니 공무원들의 관심은 국민을 위한 정책 현안보다 자신들의 복지와 편의에 더 쏠려 있었다.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정책 추진이 번번이 가로막히자 청와대 민원 방에 정책 제안을 올린다는 공무원도 있었고, 갑작스레 자주 발생하는 인사이동으로 업무 인수인계가 부실한 탓에 대민(對民) 행정이 마비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났다. 서류와 보고서에 치중하고, 성과보다 절차에 얽매이는 형식적 관료주의도 타파해야 할 관행으로 꼽혔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무원은 인기 직업 1위다. 해고될 염려가 없는 데다 위아래 눈치 보지 않고 휴직 등을 쓸 수 있어서란다. 공무원들에게 상대적으로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그만큼 소신껏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공무원의 대민 서비스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62.1%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하지만 공직사회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개혁’을 외쳤으나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한국의 ‘규제혁신 국민 체감도’는 140여 개국 중 79위에 불과하다. 민간 사회의 역동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채 고립된 공직사회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들을 붙들고 있다가는 선진국 진입은 요원해진다.
새해에는 4·15총선으로 정치의 판이 바뀌고, 신(新)냉전시대의 본격화로 남북관계와 주변 외교에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에 2% 성장도 불안했던 경제를 반등시켜 새로운 도약의 한 해로 삼아야 한다. 청렴과 애민을 목민(牧民)의 으뜸으로 삼았던 다산 정약용의 정신을 되살려 공직사회가 국민을 위해 적극 헌신해야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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