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든 것은 의문이었다. 의문에 대한 답은 심사위원만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용한 일이지만 썼던 글을 다시 읽었다. 졸업생이 쓴 학위논문을 다시 읽는 심정이 이럴까. 문장마다 ‘왜?’라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학부 시절 교수님들이 흘리던 문장이 잠언처럼 맴돌았다. ‘뭐가 안 되는 데에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지만, 뭐가 되는 데에는 단 하나의 이유도 없다’는 말. 일단 당선된 사실을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쁜 이유가 있다면, 그건 내 글이 응답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선가 어떻게든 응답이 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응답들을 보내주었던 이들에게 감사하다. 영화에 대한 우정으로 응답해주었던 한상훈 프로그래머, 김상목 프로그래머, 연극하는 양지모 씨, 대구 사는 이석범 씨, 창원 사는 이배정 씨에게 감사하다. 함께 공부해주고 있는 지혜 선배와 가연, 유진, 하영, 다혜, 지혜 후배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학부 시절 경청과 응답을 베풀어주셨던 송유레 교수님, 허술한 말에도 일일이 응답해주시는 안숭범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응답을 일상으로 느끼게 해주는 우리 누나와 동료를 찾을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내 글이 응답받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나 자신보다 내가 만난 이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글을 나를 증명하는 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누구의 것도 아닌 이름 없는 글들로 씨가 되어 한 걸음씩 깊고 울창해지길 바란다. 그 후에 마음이 원하는 곳으로 걸음이 나를 이끌었으면 좋겠다.
△1993년 서울 출생 △경희대 철학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재학 중
▼넷플릭스의 제작과 연관분석 ‘시의적절’▼
● 심사평
이번에 응모된 영화평론은 모두 38편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다룬 평론이 11편을 차지하여 해당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했다. 전체 응모작 중 열다섯 편 정도는 공모전에 내도 될 만한 수준을 갖춘 듯이 보였다. 그중에서 본 심사자는 ‘베스트 5’를 추려 다시 정독하면서 한 편을 선정해야 했다.
우선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를 넷플릭스의 제작과 연관시켜 분석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는 스크린이 아닌 모니터로 스트리밍해서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영화적 경험을 줄 수 없다는 논쟁을 초래했다. 평자는 매체 환경의 변화에 직면하여 ‘로마’라는 작품이 갖는 영화사적 맥락을 상세하게 지적하는 한편으로 텍스트 자체의 미학적 의미까지 심도 깊게 분석하고 있다. 매우 시의적절한 평론이라 여겨졌다.
들뢰즈의 리좀(뿌리줄기) 개념을 원용하여 봉준호의 ‘기생충’을 김기영의 ‘하녀’까지 거슬러 올라가 비교분석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지층을 파고들어 무수한 뿌리를 내리는 리좀적 행위가 기택 가족의 욕망을 은유한다면, 위로 솟구치는 수목의 가지는 동익의 가족을 상징한다. 평자는 ‘기생충’이 양 극단의 충돌로 인한 파국을 스릴 있게 다루고 있다고 해석한다.
전고운의 ‘소공녀’를 희망 난민의 ‘취향’이라는 표제어로 다루고 있는 글도 흥미로운 평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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