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인터넷에서 ‘부처님오신날’의 절묘한 위치가 화제가 됐다. 음력이어서 매년 바뀌는 부처님오신날이 2012년부터 4년 연속 기가 막히게 쉬는 날 앞뒤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2012년은 월요일, 2013년은 금요일이었고, 2014년은 화요일로 전날인 어린이날과 함께 나흘 연휴를 만들었다. 반면 크리스마스는 주말과 잘 이어지지 않았다. 속상한 누리꾼들은 ‘예수님 보고 계신가요?’라는 댓글로 ‘투정’을 부렸다.
▷새해 달력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게 ‘빨간 날’이다. 금, 월요일에 떡하니 있으면 추수를 앞둔 농부처럼 흐뭇하고, 토, 일요일에 있으면 왠지 자살골을 먹은 것 같다. 올해 휴일은 법정공휴일을 포함해 115일로 2015년 114일 이후 가장 적다. 주말과 겹쳐서다. 지난해는 117일, 2018년은 119일이었다. 올해 3·1절은 일요일,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은 토요일이다.
▷휴일이 날아가는 속상함을 달래 주려고 대체휴일제가 도입됐지만 올해는 별 혜택을 못 본다. 설과 추석 연휴, 어린이날이 공휴일과 겹칠 때만 대체휴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올해 대체휴일로 벌충할 수 있는 날은 설 연휴 마지막 날 하루뿐이다. 게다가 대체휴일은 상당수 근로자에겐 무급휴일이다. 올해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유급대체휴일이 적용되지만, 30∼300인 미만은 내년, 5∼30인 미만은 2022년부터나 적용된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금요일이라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직장인들은 전날인 부처님오신날부터 주말을 포함해 추석 연휴(5일)에 버금가는 나흘 연휴가 생긴다.
▷1년 치 달력을 보며 빨간 날을 미리 보는 것도 즐겁지만, 매일매일을 선물로 여기며 달력을 넘기는 즐거움도 크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에 밀려 달력은 줄고 있지만 한 장씩 뜯는 두툼한 일력(日曆) 달력이 요즘 인기라고 한다. 복고(Retro)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New-Tro) 바람 때문인데, 365장에 개성 넘치는 문구나 사진 등을 넣어 다양하게 만들기도 한다. 치매 초기인 부모님이 더 수월하게 날짜를 기억할 수 있게 주문하기도 한다고 한다. 하루의 시작과 마침을 새겨 보는 데는 한 달 한 번이 아니라 매일 넘기는 일력이 제격인 듯하다.
▷긴 연휴가 기쁨인 사람도 있지만, 일용직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소방관, 경찰관, 군인, 응급실 의사·간호사 등 날짜 색깔과 관계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하루가 쌓여 한 해가 되듯, 고마운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는 것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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