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의 자세로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맵시다.”(김광수 NH농협지주 회장)
“마부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자세로 고객 만족과 고객 가치를 높여가야 합니다.”(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불러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등 소비자 피해로 얼룩진 2019년을 보낸 금융권의 수장들이 경자(庚子)년을 맞아 한목소리로 ‘고객중심 경영’과 ‘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바닥에 떨어진 소비자들의 믿음부터 되찾아야 한다는 반성 어린 신년 일성이다. 저금리시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 등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도 드러냈다.
DLF 사태로 곤욕을 치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금융의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며 ‘본립도생(本立道生)’ ‘경사이신(敬事而信)’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했다.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매사에 정성과 믿음을 다하자’는 메시지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1일 고객 만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공정무역을 말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간다. 이제는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손님, 직원,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연임이 결정된 지난해 12월 13일 “고객과 사회, 주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금융이 돼야 한다”고 신뢰를 핵심 키워드로 꼽은 바 있다.
금리와 성장률이 ‘0’에 수렴하는 ‘제로 이코노미’ 시대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2020년 금융권의 숙제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제로금리, 저출산·고령화, 수출부진과 내수침체 등으로 새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100년의 시간보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생존의 시험대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경영혁신 등을 주문했다.
은행권을 대표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도 1일 디지털 금융시대에 발맞춘 금융회사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복합, 빅블러(Big Blur·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 등으로 새로운 금융 플레이어도 금융산업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및 ICT, 마이데이터산업 진출 등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2월 31일 경자년 신년사를 통해 금융권의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윤 원장은 “소비자의 부당한 피해를 초래하는 금융거래와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 등에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1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DLF사태 관련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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