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020년대. 정치적으로도 그렇지만 경제적으로도 그 시대가 주는 이미지가 있다. 1950년대 한국 경제는 농업, 빈곤의 이미지가 강하다. 1960년대는 경제발전의 초석을 놓은 시기였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됐다. 1963∼1969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10.7%. 1970년대는 본격적 고도 성장기다. 중화학공업의 기초를 놓았다. 평균 성장률은 10.5%. 1980년대는 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의 3저 흐름을 타고 ‘단군 이래 최대’라는 호황을 누렸다. 평균 성장률은 8.8%.
1990년대는 경제 개방화의 흐름 속에 잊지 못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있었다. 위기를 넘겨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평균 성장률은 7.1%. 2000년대는 벤처 붐이 불기 시작했고 정보기술(IT) 강국의 대열에 올라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평균 성장률 4.7%의 비교적 견실한 성장을 이뤘다. 2010년대는 평가하기에 아직 이른 면이 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거나 혹은 안정기로 접어든 시기였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2010∼2018년 평균 성장률은 3.0%.
2010년대의 마지막 해인 작년은 어땠을까. 경제성장률은 2%에 간신히 턱걸이하거나 1%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파동,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3차례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면 역대 최악이다.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이 3.2%, 미국이 2.6%였으니 외부 여건 탓만 할 수도 없다.
서울대 경제추격연구소는 최근 펴낸 ‘2020 한국경제 대전망’(21세기북스)에서 작년이 ‘내우외환’의 해였다면 올해는 ‘오리무중(五里霧中) 속의 고군분투(孤軍奮鬪)’가 한국 경제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예측할 수 없고, 정부 초반기 섣부른 정책 실수를 뒷수습하기 바쁜 상황에서 주위의 원군 없이 한국 경제가 홀로 분투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사방이 온통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점도 몇 가지 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은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 타이밍이 중요한 산업이다. 알고 보니 국회는 핑계였다. 작년 말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하는 과정을 보니 여기의 백분의 일만 의지를 가졌더라도 ‘데이터 3법’은 벌써 처리되고 남았을 것이다.
‘부동산은 계급’이라는 정치적, 이념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부동산정책은 이제라도 버려야 한다. 세계 어디에도 특정 지역 집값 잡기에 주택정책을 올인하는 정부는 없다. 뉴욕 런던 시드니 등 서울 못지않게 집값이 뛰는 곳에서도 2개월에 한 번꼴로 세제 금융 거래 대책을 총망라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지는 않는다. 주택정책은 거시경제 위협을 고려하되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사회적 접근으로는 해답이 없다.
2020년대 중반쯤에는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는 역사적 대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의 기준이 대체로 1인당 국민소득이라고 할 때 한국이 일본보다 잘사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하강곡선, 일본의 상승곡선에서 교차점이 찍힌다면 ‘잃어버린 20년’마저 한국이 일본을 뒤따라갈 것이라는 점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가면 더 추락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만 가지면 누구나 기자이고, 유튜브용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평론가인 세상이다. 올해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기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여기에 부동산 공유제 같은 ‘아무 말 대잔치’가 대선 후보급들에서 난무한다.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잠재력만큼은 실력을 발휘해 착실한 안정 궤도로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남미행 급행열차를 타느냐는 2020년대의 문을 여는 올해에 달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