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파라과이 아순시온의 센트로 에두카티보 아람베 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영어 수업에 누가 참여할 건지를 두고 제비뽑기가 벌어졌다. 보통은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고 남아서 더 공부하라고 하면 싫어할 테지만 이날은 달랐다. 참가권을 얻은 학생은 환호성을 질렀다.
학생들은 이어폰을 꽂고 태블릿PC를 보며 영어 동영상에 집중했다. 화면 속 원어민이 시키는 대로 영어로 따라하기도 하고 녹음도 했다. 프로그램이 알아서 학생 각자의 수준에 맞게 수업을 안내하기 때문에 한 교실에는 여러 학년이 섞여 있었다. 교사는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켜볼 뿐이다.
○ 학령인구 감소에 해외 공략 나서
이날 파라과이 학생들이 체험한 건 국내 교육기업 비상교육의 자기주도 영어학습 프로그램. 비상교육은 지난해 국내 교육기업 최초로 파라과이에 진출해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학교 60여 곳의 정규 교육과정에 영어학습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국내 교육기업들이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정부에서도 경제활동 인구 급감 때문에 주목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804만 명이었던 학령인구는 2025년 689만 명, 2030년 608만 명, 2035년 548만 명, 2040년 520만 명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고등학생은 2019년 141만 명에서 2040년 92만 명으로 준다. 국내 교육기업들의 주력 대상이던 입시 시장이 급격히 줄어드는 셈이다.
처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가 거론됐을 때 교육기업들은 유아 쪽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길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국내 출산율이 0.98명(2018년 기준)으로 떨어지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가 됐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경쟁력 있는 ‘영어’ 수출
해외 진출 기업들은 특히 ‘영어’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 한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인기 있을까 싶지만 통한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은 수요자 입장을 반영해 만든 콘텐츠에 화려한 에듀테크가 더해져서다. 국어나 사회 과목과 달리 영어는 교육 과정이 문화적으로 다르지 않아서 국내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의 언어를 한국어에서 영어로만 바꾸면 되는 것도 장점이다. 파라과이에 수출된 프로그램도 비상교육이 국내 학원 약 1200 곳에서 운영하는 것을 스페인어 버전으로 바꾼 것이다.
파라과이는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은 높아졌는데 그 수요를 충족시켜줄 교사가 거의 없어 문제였다. 그런데 비상교육의 프로그램은 강사가 프로그램 구동 방법만 알면 된다. 비상교육과 계약한 파라과이 교육기업 홀레스 테크놀로지는 “교사의 질을 높여서 가르치는 게 제일 좋겠지만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그 시간을 줄이고 전국적으로 빨리 적용시킬 수 있다”며 좋아했다.
○ 유아교육 시장도 해외가 기회
유아 대상 교육도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좋은 기회다. 교원그룹은 지난해 호찌민에 유아 대상의 놀이학교를 열었다. 커리큘럼은 국내 놀이학교와 동일하다. 교원그룹은 베트남에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한국 교민도 증가하는데 그들 자녀를 위한 유아교육 시설이 없는 걸 보고 진출했다. 학부모들은 “한국식 유치원 교육, 원어민 영어와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선호한다. 교원그룹은 하노이에 건설 중인 신도시에 국제유치원도 개원할 예정이다.
윤선생은 올해부터 베트남 대형서점과 마트 등에서 애니메이션 기반의 영유아 영어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해외에서 방영됐던 무성 애니메이션에 윤선생이 영어 이야기를 더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공중파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방영 중이다. 윤선생 관계자는 “처음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이라며 “상반기에 베트남 국영방송에서 방영될 예정이고 유치원과 키즈카페 등에서도 활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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