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 등서 도움 요청한뒤 “갚겠다” 이메일 알려주고 잠적
총 187만원… 경찰 수사나서
“저기… 저 좀 도와주세요.”
지난해 12월 14일 인천 서구 공항철도 검암역을 지나던 A 씨(22·여)에게 한 남성이 말을 걸었다. 미국 뉴욕에 사는 교포인데 여행을 하다 지갑을 잃어버려 공항에 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남성은 캐리어를 쥔 두 손을 덜덜 떨기까지 했다. 안타까웠던 A 씨는 지갑에서 현금 10만 원을 꺼내 줬다. 남성은 e메일 주소를 알려주며 “꼭 돈을 갚을 테니 계좌번호를 보내 달라”고 했다.
하지만 A 씨는 끝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남성은 첫 e메일에 “내일 보내겠다”고 답한 뒤 연락을 끊었다. 그런데 A 씨는 포털사이트에 그의 e메일 주소를 검색해 보고 아연실색했다. 똑같은 주소를 받고 차비를 빌려줬다가 받지 못했다는 글이 수십 건이나 올라와 있었다.
모두 20대 여성인 피해자 18명은 지난해 12월 23일 경찰에 이러한 사실을 신고했다. 피해자들이 지난해 6월부터 서울과 인천 지하철역에서 빌려준 돈은 모두 187만 원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은 큰 액수가 아니다 보니 피해자들이 피해를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동일한 인물의 범행인지 수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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