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처음으로 일반사원 확대
금융노조 “임금체계 성급한 변경”… 교보노조 “사측 일방 도입” 반발
교보생명이 올해부터 따른 직급이 아닌 맡은 업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직무급을 전 직원에게 적용하는 것은 금융권에서 처음이다.
2일 교보생명은 지난해까지 임원, 조직장을 대상으로 적용했던 직무급제를 올해부터 일반직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직무급제는 연차에 따른 직급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는 제도다.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 업무 성격과 책임 정도 등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
교보생명은 직무급제 확대 적용을 통해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분석·평가해 상위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해준다는 방침이다. 급여의 일정 부분을 기준 직무급으로 분리해 개개인의 직무등급에 맞게 지급하겠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입사 3년 차 사원(A직급)의 기본급이 4000만 원(성과급 제외)이고 이 중 60만 원을 기준 직무급으로 분리한다고 하면 해당 직원이 A직급 직무를 수행하면 그대로 60만 원을 지급한다. 그보다 업무가 중한 SA(대리) 직무를 맡으면 120만 원, M1(지점장) 직무를 하면 264만 원을 받는 식이다. 반대로 높은 직급이지만 자신의 직급보다 낮은 직무를 수행하면 연봉이 줄어들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 직무급제를 일반사원까지 확대한 기업은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상당수 금융사는 자산관리(WM) 등 일부 전문직군을 제외하고는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위원회가 지난해 8월 금융권 근로자 등 56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연차가 쌓이면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제(호봉제)’를 적용받고 있다는 답변이 62.7%에 달했다. 연봉제는 19.4%에 불과했다.
호봉제는 승진을 포기하고 일하지 않는 ‘무임 승차자’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당국은 성과주의 확산이 금융 개혁의 핵심이라며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2016년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지만 2017년 5월 정부가 바뀌면서 임금체계 개편은 유야무야됐다.
성과연봉제를 강력히 반대했던 금융노조는 직무급제에도 반발하고 있다. 최근 당선된 박홍배 신임 금융노조위원장은 “임금체계 변경은 노사가 오랜 시간 대화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직무를 정확하게 분석해 가치를 산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했다. 교보생명 노조 측은 2일 “사측이 일방적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며 “아직 인사 규정 변경 등 직무급 확대와 관련해 최종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직무급제의 일반직 확대를 합의한 바 있어 직무급제를 예정대로 1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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