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1일부터 시행… 음식 앱 배달기사-작가 등
입법 통해 고용안정 보장 취지… 정규직 전환 의무로 부담 늘어
고용주가 대량해고-계약파기… “법 집행 막아달라” 소송 줄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광고편집자 에마 가예고스 씨(34)는 최근 계약을 추진하던 회사에서 보내온 e메일을 받고 좌절했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으니 당신을 고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돈을 모아 지역 뉴스를 다루는 웹사이트를 만들겠다는) 꿈이 멀어지는 듯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미 온라인 매체 복스도 최근 캘리포니아 프리랜서 200여 명과 계약을 해지했다. 녹취 서비스 플랫폼 레브는 자사 프리랜서들에게 “캘리포니아를 떠나라”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들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 ‘AB5(Assembly Bill 5)’ 때문이다. 1일 발효된 이 법은 당초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 앱, 우버이츠와 테이크어웨이 등 음식배달 앱 등 소위 ‘플랫폼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캘리포니아에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인구가 100만여 명에 달한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한 프리랜서들은 자영업자도, 임금 근로자도 아닌 모호한 처지에 놓여 있어서 노동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음식 앱 배달 기사가 배달 중 숨져도 플랫폼 기업들은 “우리는 알고리즘을 통해 수요자(고객)와 서비스 공급자(노동력 제공자)만 연결해 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
이 법은 ‘노동자가 수행한 일이 기업의 정기적 업무에 해당한다면 계약 사업자가 아닌 종업원으로 봐야 한다’는 2018년 주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도입됐다. 한 예로 AB5는 특정 매체에 연간 35개 이상 기사를 기고하는 프리랜서는 직원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한다. NYT는 “이 법의 제정 취지는 신문사들이 이런 형태의 프리랜서를 직원으로 고용하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해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으로 인정을 받으면 건강보험, 실업보험, 유급 휴가 등의 노동자 보호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법 도입과 함께 플랫폼 회사들은 새 법에 따라 최저임금, 초과근무 수당이나 건강보험 등 각종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해 고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선호하는 장애인, 작가, 번역가 등 프리랜서들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스앤젤레스의 프리랜서 작가 버네사 맥그레이디 씨는 “노동자 보호가 필요하지만 이 법은 대포로 바퀴벌레를 잡는 격”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댄스 동영상을 제공하고 돈을 벌던 캘리포니아의 프리랜서 스트립 댄서들도 플랫폼 회사들과의 계약 해지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의 신분과 처우를 둘러싼 공방은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우버, 음식배달 회사 포스트메이츠는 지난해 12월 30일 “새 법이 오히려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주 연방법원에 AB5의 적용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들을 대표하는 전미언론사진가협회(NPPA)도 AB5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캘리포니아의 사례는 유사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뉴욕 뉴저지 워싱턴주의 입법 움직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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