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허름한 동네다. ‘어두운 시간’이 밤뿐 아니라 낮에도 질주하는 거리. 아이들은 ‘총성 후 이어질/총알 박히는 소리가/우리에게 닿지 않기를’ 빌면서 땅바닥에 코를 박는다. 총과 갱과 마약이 가족처럼 이웃처럼 부대끼는 그곳에서 15세 주인공의 형이 총에 맞아 죽는다. 주인공은 형의 서랍을 비틀어 열고 총을 꺼내든다. 이곳의 룰은 ‘울지 말고, 밀고하지 말고, 복수하는 것’이다.
미국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이나 TV 범죄드라마 ‘와이어’에 나올 법한 흑인 슬럼가의 흔한 이야기 같지만 거기서 궤도를 튼다. 소설의 공간은 주인공이 사는 게토 같은 아파트 7층에서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이 ‘거지 같은 철제 상자’ 속에서 난생 처음 총을 쥔 소년이 층을 내려가며 겪는 60초가 소설의 시간이다. 소년은 복수라는 룰을 지킬까.
얼빠진 고교생이나 반유대주의 백인이 총기를 난사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때 미국 사회는 ‘총기 규제’ 찬반 논쟁이 되풀이된다. 하지만 엄마가 10대 아들에게 “제발 감옥에 가지 말라고/제발 죽지 말라고” 호소하는 흑인 동네의 총기 사건은 일상처럼 받아들인다. 소설은 그런 동네의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다. 암울한 배경과 총이 등장함에도 어린이를 위한 작품에 주는 ‘뉴베리 아너’ 상을 받은 까닭이다.
모두 306쪽의 소설은 300편 가까운 운문으로 이뤄져 있다. 엄밀히 말해 독립된 시는 아니지만 리듬감이 살아 있다. 번역자의 공이다. 유명 영화번역가이도 한 번역자는 “읽을수록 어딘가 영화적이었다”고 말했다. 읽을수록 ‘쇼미더머니’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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