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지난해 총 투자액 추정치가 국내 기업 총 투자액의 7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특허권 침해 소송과 배터리저장장치(ESS) 화재 사고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업체들은 올해 해외 공장 생산 본격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5일 중국 배터리 시장 전문 매체 뎬츠왕(電池網)의 내부 추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 연간 투자액은 2484억 위안(약 42조22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연간 총 목표 투자액인 5조9000억 원보다 7배 이상 많은 수치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정부가 시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1, 2위 업체를 중심으로 대형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투자 규모 격차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 배터리 업체는 지난해 105개 사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80여개 사로 줄었다. 중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 3위였던 옵티멈나노는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 그 대신 1위 CATL과 2위 BYD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적극적으로 투자액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소송과 ESS 화재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고, SK이노베이션도 맞대응에 나서며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ESS 화재 사건이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8번 발생한 것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 ESS 화재 대응을 위한 대손충당금만 1000억 원 이상을 쌓았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중국 기업의 공세에 대응할 계획이다. LG화학은 1분기(1∼3월) 중 중국 난징 2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고, SK이노베이션의 중국·헝가리 공장은 연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유럽 지역 생산량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어서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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