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잠시 동안 당신의 모든 걱정을 잊게 합니다.” ―헨리 퍼셀, ‘음악은 잠시 동안’
많은 사람이 바흐, 비발디, 헨델은 알지만 그들이 만든 바로크 음악(1600∼1750년대 음악)은 낯설어한다. 외국어라 듣기 불편하고 지루해 도전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반면 팝송과 뮤지컬 등 다른 외국 가요는 뜻을 잘 몰라도 좋아하며 쉽게 즐긴다. 사람들이 바로크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영국 바로크 음악 대표 작곡가 퍼셀의 오페라 오이디푸스에 나오는 ‘음악은 잠시 동안’에서 힌트를 얻었다.
오이디푸스 왕은 그리스 도시 테베에 원인 모를 전염병이 돌자 신전을 찾았고, 신탁(神託)은 선왕 라이오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혀야만 역병이 그칠 것이라 했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저주의 원인을 알아내고자 라이오스의 혼령을 불러내며 이 노래를 부른다. 복수의 여신이 죽은 자들에게 끊임없이 채찍질을 가하는 고통의 나날 속에서 잠시나마 근심 걱정을 잊게 해주는 게 음악이라고 가사는 전한다.
청중은 흔히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서 자면 안 된다’ ‘사람들이 박수 칠 때 따라 쳐야 한다’고 오해한다. 이런 강박관념이 바로크 음악 듣기 자체를 근심과 걱정으로 만든다. 하지만 가요를 들으면서 졸 수 있듯 바로크 음악을 듣다가 잠들 수도 있다. 또 바로크 음악을 듣다 흥이 오르면 박수를 치고 환호하면 된다. ‘꼭 어떻게 해야 한다’는 선입견은 없었으면 좋겠다.
바로크 음악은 거창한 문화예술이라며 거리를 둘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사실 바로크 음악의 주제는 드라마에서 흔히 접하는 사랑 질투 전쟁 불륜 등이 많다. 당시 사람들이 보고 듣던 오페라는 드라마고, 오페라 속 노래는 드라마 OST인 셈이다. 퍼셀의 가사처럼 바로크 음악이든 팝송이든 가요든 듣는 동안에는 나의 근심과 어려움, 힘듦을 잊게 해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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