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트럭 빠졌다” 맨손으로 창 뜯어 2명 구한 바다 사나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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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현장 지나던 40대 김진운씨… 침수차량 보고 주저없이 뛰어들어
철제의자로 앞유리 깬 뒤 구해… 15분 사투로 양손 상처투성이
“생명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여수해경, 감사장 수여 검토

4일 전남 여수시 소호항에서 사고로 바다에 빠졌던 1t 화물트럭. 김진운 씨가 앞 유리창에 구멍을 내고 여성 2명을 구조했다(왼쪽 사진). 구조하다 다친 김 씨의 왼손. 여수해양경찰서·독자 제공
4일 전남 여수시 소호항에서 사고로 바다에 빠졌던 1t 화물트럭. 김진운 씨가 앞 유리창에 구멍을 내고 여성 2명을 구조했다(왼쪽 사진). 구조하다 다친 김 씨의 왼손. 여수해양경찰서·독자 제공
4일 오전 10시 45분경 전남 여수시 소호항 항내도로. A 씨(59·여)가 몰던 1t 화물트럭이 반대 방향에서 오던 차량을 피하려다 3m 아래 바다로 추락했다. A 씨 차량의 조수석에는 함께 굴을 운반하던 B 씨(63·여)도 타고 있었다. 수심 2.5∼3m 바다에 빠진 화물차는 곧 가라앉기 시작했다. 바다에 바로 붙은 도로에는 난간이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마침 차를 타고 지나던 김진운 씨(48·사진)가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김 씨는 주저하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물에 잠긴 화물차에 다가가니 차 안에 갇혀 공포에 질린 A 씨와 B 씨가 보였다. 하지만 수압 때문에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김 씨는 차량 유리창을 깰 도구를 찾았다. 다행히 옆에 정박돼 있던 바지선에 철제 의자가 보였다. 김 씨는 철제 의자를 가져와 의자 다리로 앞 유리창을 20∼30차례 반복해서 찍었다. 작은 구멍이 생기자 양손으로 유리창을 잡아 뜯었다.

이런 작업을 이어가니 유리창에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구멍이 생겼다. 먼저 A 씨를 구조해 바지선으로 데려갔다. 다시 물에 잠긴 화물차로 돌아온 김 씨는 유리창 구멍을 통해 B 씨도 구조했다. 두 사람을 구하는 데 15분 정도가 걸렸다. 김 씨는 “바다에 뛰어들 당시 수온은 낮았지만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았다”며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기진맥진했으나 A 씨와 B 씨에게 말을 걸며 안정시켰다. 휴대전화로 119에 연락해 “차량이 바다에 빠졌다”고 신고했다. 이내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구조대는 저체온 증세를 보이는 A 씨와 B 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김 씨는 구조 과정에서 왼손 엄지손가락 등 손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 응급실 의료진은 김 씨에게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더 받으라고 했지만 그는 생계를 위해 서둘러 병원을 나왔다. 이날 오후 거문도로 낚시꾼 20명을 태우고 출항해야 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A 씨와 B 씨는 5일 김 씨의 가게로 찾아와 그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정말 감사하다. 다음에 식사 한 끼를 꼭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영 가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다”라고 화답했다.

해안 지역에서 성장한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스스로 수영 가족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아내는 초등학교 수영 코치를 맡고 있으며 아들은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복무하고 있다. 다만 김 씨는 6년 전 척추가 점차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아 몸이 편한 상태는 아니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차량이 물에 빠지면 바로 내부로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만 늦었어도 매우 위험했을 것이다. 다행히 구조가 빨랐다”고 말했다. 여수해경은 김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바다 추락 트럭#맨손#바다 사나이#여수시 소호항#김진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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