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40대 희귀병 보유자의 얼굴과 신원을 경찰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청은 2009년 전북 정읍시에서 벌어진 이른바 ‘이삿짐센터 살인사건’의 피의자 성치영 씨(48·사진)를 올해 상반기 중요지명피의자 공개수배 명단에 포함시킨다고 5일 밝혔다. 성 씨는 그해 4월 20일 자신이 일하던 한 이삿짐센터 사무실에서 업주의 동생 A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성 씨가 사건 전날 돈을 빌려 도박으로 탕진한 뒤 A 씨의 독촉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씨는 사건 발생 5일 뒤 사라졌다.
피의자의 잠적이 이렇게 길어진 건 다소 의외였다. 성 씨는 당시 희귀질환인 ‘베체트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체트병은 전신 피부는 물론 눈에까지 염증이 생길 수 있는 만성질환. 국내에선 2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병으로 추정된다. 병원 처방을 받은 의약품을 꾸준히 투약하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높고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까지 베체트병 치료제를 처방받은 건강보험 환자 명단을 모두 조사했지만, 결국 성 씨를 찾지 못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받아 수사망을 피했을 수 있다. 비급여 처방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는 의료기관이 꼭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전북지방경찰청은 “피의자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기 때문에 이 사건은 시효 만료가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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