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도 타격권”… 트럼프 “최신무기 주저없이 사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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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일촉즉발]솔레이마니 시신 이란에 도착
하메네이, 사흘간 애도 기간 선포… 온건파 로하니도 “우리 모두 복수”
트럼프 “우리 무기 가장 크고 좋아”… 미국인 공격땐 강력 맞대응 경고
美, 2주간 국가 테러 경보 발령

주검으로 귀환… 성난 이란 5일(현지 시간) 이란 남서부 아바즈에 이틀 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드론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시신이 이라크로부터 운구됐다. 이날 아바즈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 수만 명은 시신이 담긴 관을 둘러싸고 반미 구호를 외치며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추모했다. 아바즈=AP 뉴시스
주검으로 귀환… 성난 이란 5일(현지 시간) 이란 남서부 아바즈에 이틀 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드론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시신이 이라크로부터 운구됐다. 이날 아바즈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 수만 명은 시신이 담긴 관을 둘러싸고 반미 구호를 외치며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추모했다. 아바즈=AP 뉴시스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제거 작전 이후 미-이란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양국이 서로의 주요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 솔레이마니 시신 이란 귀환


AP통신 등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부사령관, 경호원 3명 등 5명의 시신은 5일 오전 이란으로 돌아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부터 사흘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솔레이마니의 시신은 하루 전 사망 장소인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대규모 장례식을 치른 뒤 시아파 최대 성지인 이라크 중남부 카르발라를 거쳐 이란 남서부 아바즈에 도착했다. 1980년 발발한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20대였던 솔레이마니는 혁명수비대 제41사단장을 맡아 이라크가 잠시 점령했던 아바즈 등 남서부 영토를 되찾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날 아바즈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 수만 명이 반미 구호를 외치며 솔레이마니를 추모했다. 그의 시신은 6일에는 수도 테헤란과 종교도시 쿰으로 옮겨져 또 한 번 장례식이 거행된다. 이후 7일 고향인 남동부 케르만에 안장된다.

○ 복수의 ‘붉은 깃발’ 올린 이란


이란은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본격적인 보복에 나섰다. 4일 ‘이란 해커’를 자처한 세력이 미 연방정부의 각종 출간물을 무료로 제공하는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를 공격했다. 이로 인해 초기 화면에 ‘신의 이름으로’, ‘이란 이슬람공화국’ 등 영어·페르시아어 글귀와 이란 국기, 하메네이 등의 이미지가 등장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이란 단어 아래에 뻗어 나온 주먹에 맞아 입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의 합성 이미지도 동시에 게재됐다.

호르무즈 해협에도 긴장이 감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해의 입구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가장 폭이 좁은 곳은 39km에 불과해 군사 강국인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봉쇄할 수 있다. 이란은 이 지역에서 지난해 6월 미군 무인기(드론)를 격추했고, 7월에는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나포한 바 있다.

또 AFP는 5일 이란이 지난해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진행해 오던 핵합의 이행 수준 완화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 시민들의 반미 정서는 고조되고 있다. 4일 이란 수도 테헤란 남쪽에 위치한 시아파 성지인 쿰의 잠카란 모스크에 대형 붉은 깃발이 걸렸다. 시아파에서 빨간색은 부당하게 살해당한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이 깃발을 거는 행위 역시 원수를 반드시 갚겠다는 뜻을 의미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솔레이마니의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그의 딸이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이냐”고 묻자 “우리 모두가 할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란은 이날 솔레이마니 후임으로 에스마일 가니 고드스군 부사령관을 임명하며 전열 다듬기에 나섰다.

이라크 민심도 심상치 않다. 이라크 의회는 5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철수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 트럼프 “공격 목표에 매우 중요한 곳들 포함”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트위터에 “이란의 52곳을 공격 목표로 정해 놓았고, 이 중에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들이 포함돼 있다”고 경고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52’란 숫자는 이란이 1979년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테헤란 미국대사관에서 444일간 억류했던 미 외교관과 국민의 숫자(52명)를 의미한다. 현대 미국 역사의 최대 치욕으로 여겨지는 이 사건의 피해자 52명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란에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군 장비에 2조 달러를 썼고, 우리(무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좋다. 만약 이란이 미군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최신 무기 일부를 주저 없이 보낼 것”이라고 썼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이란이 당해본 적이 없을 만큼 센 맞공격을 하겠다는 뜻이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가셈 솔레이마니#이란 혁명수비대#제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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