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사건 70주년… 韓美 곳곳서 ‘추모의 시간’ 갖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노근리 사건’ 현장인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당시 탄흔이 보인다. 1934년 길이 24.5m, 높이 12.25m로 세워진 이 교량은 2003년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59호로 지정됐다. 영동군 제공
‘노근리 사건’ 현장인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당시 탄흔이 보인다. 1934년 길이 24.5m, 높이 12.25m로 세워진 이 교량은 2003년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59호로 지정됐다. 영동군 제공
1950년 7월 26일 정오 무렵, 미군은 그렇게 사람들을 쌍굴에 가둔 채 총을 쏘기 시작했다. 기적처럼 살아남은 사람들 중 몇몇 건장한 남성들은 어둠을 틈타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하고 탈출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쌍굴에는 많은 여성, 어린이, 노인들이 있었고 그들은 미군의 공격에 힘없이 죽어갔다. 믿을 수 없게도 총격은 3박 4일 70여 시간 동안이나 계속됐다.

―노근리 평화공원 상영물 자막 내용 일부


‘노근리 사건.’ 1950년 7월 25∼29일 북한군 공격에 밀려 후퇴하던 미군이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항공기와 기관총으로 피란민 대열을 공격해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1999년 9월 AP통신의 보도로 알려지게 됐다. 정부는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 신고를 받아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등의 희생자를 확정 지었다.

노근리 사건 70주년을 맞는 올해 사건의 현장인 영동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와 미국 등에서 다양한 추모·기념 사업이 펼쳐진다.

6일 ‘노근리 사건 7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올 5월 청주에서 노근리 사건 추모음악회가 열리고, 영동에서는 평화 토크콘서트가 개최된다. 이어 6월에는 영동에서 희생자 추모식과 글로벌 평화포럼 등 국제행사가 이어진다. 미국 워싱턴에서도 한미평화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8월에는 노근리 평화공원과 쌍굴다리 일원 등에서 ‘세계대학생 평화아카데미’가 열린다. 이 행사의 무대인 노근리 평화공원은 학살 현장 인근 13만2240m²(약 4만73평)에 2011년 10월 국비 191억 원을 들여 조성됐다. 제주도에 있는 ‘4·3평화공원’과 함께 대한민국의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이다. 공원 안에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 평화기념관(1500m²), 교육관(2046m²), 조각공원, 야외전시장 등이 있고 1940, 50년대 미군의 주력 전투기이자 노근리 피란민 공격에 동원됐던 F-86F기와 미군 트럭(K-511), 지프(K-111)도 전시 중이다.

이 밖에 △인권 평화 사진·영상 전시회 △노근리 평화 설치미술전 △명사 초청 강연 △노근리 사건 피해자 구술집·자료집 발간 등의 사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노근리국제평화재단과 노근리사건유족회도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6월 하순에 미국 워싱턴 등지에서 노근리 사건의 가해자인 미국, 미군 등과 화해하는 뜻깊은 행사를 준비 중이다. 또 서용선 작가 초청 특별전, 노근리 사건 사진·기록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6·25전쟁과 노근리 사건 발발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세계 현대사에 비극으로 기록된 이 사건들의 아픔을 되새기고,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노근리 사건#세계대학생 평화아카데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