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당국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공개하겠다고 밝힌 ‘새 전략무기’와 관련해 다탄두(MIRV)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가능성을 보고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주요 핵강국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본토 타격을 넘어 동부권의 워싱턴과 뉴욕 등 최소 2, 3개 도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핵무력을 갖추는 데 북한이 ‘다걸기(올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당국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최신형 개량과 함께 다탄두 ICBM도 개발해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 조만간 공개할 수도 있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이를 놓고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핵·미사일 개발 경로를 좇아 핵능력을 증강한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보유국에 오르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미-러-중도 액체연료 ICBM을 시작으로 SLBM과 고체연료 ICBM, 다탄두 ICBM 등으로 핵능력을 증강했다”며 “북한도 이를 답습하면서 핵무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탄두 ICBM에는 통상 3∼10개의 탄두가 장착된다. 가짜 탄두를 섞어 쏘면 요격하기도 쉽지 않아 ‘절대 병기’로 불린다. 군 관계자는 “주요 핵강국의 최종 병기는 다탄두 ICBM으로 귀결된다”며 “북한도 다탄두 ICBM 전력화가 핵개발의 종착점”이라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ICBM용 고체연료 엔진은 미완성 단계로 판단했다. 고체엔진의 추진력이 액체엔진보다 약해 ICBM급 사거리를 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군도 현재로선 북극성-3형(SLBM·사거리 2000km 이상)을 북한의 고체엔진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사일 덩치’를 키워 고체연료를 더 많이 채운 신형 ICBM을 선보이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경고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 대해 정보당국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도발 유예) 파기와 함께 ICBM 발사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ICBM을 태평양 쪽으로는 발사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김 위원장이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경제집중 노선을 강조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정보당국은 보고했다. 이와 함께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계속 중용하는 이유는 ‘사람을 못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군용기 추적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리벳조인트(RC-135W) 정찰기 1대가 6일 한반도 약 9km 상공에 전개됐다.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연합훈련 재개 검토 발언을 한 이후 김 위원장의 생일(8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대북 감시를 노출하며 경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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