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훈이 ‘공기, 에너지 기술을 통하여 인류 건강에 기여한다’이다. 그래서 에너지 효율이 좋은 공장을 짓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환기설비 전문기업 ㈜힘펠 김정환 대표는 지난달 경기 화성시 안녕동에 완공한 제3공장을 자랑스러워했다. 국내 최초로 외부 에너지를 가능한 한 적게 쓰는 제로(zero)에너지 건축 방식으로 만들어진 공장이다. 건물 외벽과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전지판에서 자체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에너지 자립률이 28.55%에 달한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0단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1++ 예비 인증을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연면적 4552m²)의 이 오피스형 공장은 독특한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건물 외벽의 아래쪽은 검은색 태양광 전지판 패널이 둘러싸고, 위쪽으로 갈수록 흰색 패널이 점점 많아진다. 신선한 공기의 상승을 시각화한 것이다. 건물 내부 분위기도 기존 공장과는 사뭇 다르다.
설계자인 이명주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는 “생산 설비 보호와 공정 위주로 설계된 과거 공장 스타일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근로자의 작업 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겨울에 외부 에너지로 난방을 하지 않아도 실내 온도는 섭씨 18도 수준을 유지한다. 겨울엔 내부 열 손실을 방지하고 여름엔 외부의 뜨거운 열기를 차단하는 패시브(passive) 공법을 적용한 덕분이다. 이 교수는 “패시브 건물은 냉난방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곰팡이의 원인이 되는 결로(結露) 현상도 방지할 수 있어 쾌적한 실내 환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패시브 공법의 핵심은 단열과 기밀(氣密·공기가 통하지 않게 하는 것). 이 공장은 일반 건물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더 두꺼운 단열재를 벽면과 지붕에 시공했고, 기밀이 잘되는 3중 유리창을 사용했다. 지하 1층 바닥에도 단열재를 시공해 바닥으로 새 나가는 열을 최대한 막았다. 또 외벽의 패널과 패널 사이에는 기밀 테이프를 붙여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실내 공기 환기를 위해 설치한 전열교환기는 이 회사 제품이다. 전열교환기는 실내 공기 질을 신선하고 쾌적하게 유지해 주면서도 실내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공기 순환 장치다. 세계적인 민간 환경연구기관인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건축물 부문 에너지 사용량은 20% 정도인데 서울시의 경우 건축물이 사용하는 전력은 무려 전체의 83% 수준이다. 건축물 부문 에너지만 줄여도 온실가스 배출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제로에너지 건축을 장려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연면적 1000m² 이상 건축물의 경우 공공 건축물은 2020년부터, 민간 건축물은 2025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다. 2030년부터는 500m² 이상의 모든 건축물을 제로에너지 건물로 지어야 한다. 이 교수는 “2025년 이전에 짓는 민간의 제로에너지 건물에 대해서 정부 지원을 더 늘려주는 것도 제로에너지 건물 활성화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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