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때 가짜스펙 수집, 아들 대학원에 합격
‘학사비리’ 생활적폐로 규정, 도우미는 靑비서관
“법정에서 말하겠다.”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 12월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조사실에서 3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라고 한다. 검사가 자녀의 입시 비리 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도 조 전 장관은 두 가지 답변 중 하나를 반복하면서 추가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27일 조 전 장관 관련 첫 강제 수사 이후 126일 만인 지난해 마지막 날 검찰은 A4용지 56쪽 분량의 조 전 장관 공소장을 국회를 통해 공개했다. 청와대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고 폄하했지만 공소장을 읽어 보면 조 전 장관 혐의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특히 조 전 장관 아들이 삼수 끝에 국내 유명 대학원에 연거푸 합격하는 과정이 가장 눈길이 갔다.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초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2017년 5월경 조 전 장관의 아들은 국내 대학원 시험에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불합격한다. 입영 문제를 해결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같은 해 하반기로 예정된 2018학년도 전기 대학원 시험에는 꼭 붙어야 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이때부터 아들의 가짜 스펙을 수집한다.
2017년 10월 11일 조 전 장관은 대학 4년 후배인 최강욱 변호사에게 부탁해 아들의 가짜 로펌 인턴활동 확인서를 받았다. 지도변호사 이름 위에는 조 전 장관 아들이 ‘2017년 1∼10월 매주 2회 16시간 동안 변호사 업무와 법조 직역에 관해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문서 정리 및 영문 번역 등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였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가족 상속 사건을 변호할 정도로 가까웠던 최 변호사가 약 1년 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조 전 장관 밑에서 근무한 게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같은 달 16일에는 조 전 장관이 재직하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연구센터에서 아들이 고교 시절인 2013년 7∼8월 인턴활동을 했다는 가짜 인턴활동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그 다음 달 3일엔 아들이 2015∼201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다니면서 받은 장학금을 수령액보다 2만7000달러 이상 부풀리고 장학증명서까지 위조했다.
가짜 스펙 자료를 제출한 끝에 조 전 장관 아들은 2017년 10월과 11월 대학원 두 곳에 합격했다. 한 대학원 입시전형에선 온라인 접수 마감까지 가짜 경력을 기재하지 못하자 가짜 경력을 기재한 용지를 덧대는 편법을 동원했는데, 대학원은 문제 삼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의 아들은 2018년 3월 대학원 한 곳에 입학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같은 해 5월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권력적폐 청산을 생활적폐 청산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적폐청산이 문 정부의 집권 초기 국정 100대 과제 중 제1 과제였는데, 9대 생활적폐 중 첫 번째가 하필 학사비리였다.
청와대 재직 중에 아들의 대학원 입학을 위해 학사비리를 저지른 조 전 장관이 학사비리 척결의 최선두에 섰다는 것 자체가 부조리극의 한 장면 같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 측은 기소 직후 “상상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라고 비판했다. 검찰 사무의 최고책임자였던 조 전 장관이 검찰 사무의 핵심인 수사와 기소를 부정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의 바람대로 29일부터 ‘법정의 시간’이 온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포토라인 폐지 등 개정된 인권 규칙의 첫 수혜자로 특혜를 받았다. 그런데도 피해자처럼 행동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부디 법정에서는 침묵을 깨뜨리고 가짜 스펙 수집의 자초지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길 바란다. 오랜 법언대로 ‘법정에선 특혜가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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