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美대사관저 월담’ 대진연 공동대표가 핵심배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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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환영행사’ 등 주도한 인물… 당일 회원들에 ‘2시 실천’ 메시지
사다리-시위용품 구매하기도… 경찰의 2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

경찰이 지난해 10월 18일 주한 미국대사관저의 담을 무단으로 넘어가 점거 농성을 벌였던 친북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김모 공동대표(31)를 사건의 핵심 배후자로 보고 입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금까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한 차례도 대면 조사를 벌이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단체의 미국대사관저 무단 침입을 계획하고 주도한 혐의(공동주거침입 등)로 김 대표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당시 김 대표는 사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경찰은 사실상 그의 지시에 따라 대진연이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 대표가 사건 전후로 구속된 4명을 포함해 단체 회원 7명과 200여 차례 통화를 나눈 사실을 파악했다. 월담에 이용한 사다리 2개와 시위용품도 김 대표가 주도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자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한 지도부 회원은 사건 당일 오전 9시경 다른 회원들에게 ‘10시 사무실 출발, 11시 기자회견, 2시 실천’이란 지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김 대표가 지휘부를 통해 이를 전달했는지를 추가 조사하고 있다. 당시 회원들은 서울 성동구에 있는 시민단체 ‘평화이음’ 사무실에서 다 함께 출발해 미국대사관저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또 월담 당일 오후 와 닷새 뒤인 지난해 10월 23일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미신고집회를 연 혐의로도 입건됐다.

김 대표는 반미·친북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온 인물로 2018년 3월 대진연 출범 때부터 대표를 맡아왔다. 같은 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백두칭송위원회’ 일원으로,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김정은 환영 문화제’ 행사를 담당하기도 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에게는 “통일을 위해 가만히 있으라”고 협박성 전화를 걸고 e메일도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대표는 그동안 두 차례 출석 요구에도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대표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조사가 지체돼 왔다”며 “이르면 이번 주에 다시 김 대표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일 대사관저 관리인 A 씨(48) 등 2명에게 상해를 입힌 대진연 회원 2명은 폭행 혐의로 입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폭행을 저지른 회원이 누군지는 확인한 상태다. 경찰 측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해 입건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건 당일 담을 넘진 않았으나 주변에서 상황을 촬영한 회원 2명도 입건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당일 오후와 23일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불법 집회를 벌인 혐의로 입건됐다.

한편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윤모 국민주권연대 공동대표(45) 등 3명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윤 대표 등은 지난해 10월 22일 경찰이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경찰관에게 욕을 하고 몸싸움을 벌이며 이를 방해한 혐의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주한 미국대사관저#월담#대진연#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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