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중 우크라 스캔들에 반감 커… 증언 내용따라 분위기 바뀔수도
평소 ‘메모광’ 불려 기록도 풍부… 공화당, 증인채택 저지 총력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2·사진)이 6일 “상원의 대통령 탄핵 심리에서 증언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이란, 북한, 시리아 등 미 외교안보 핵심 사안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다 물러난 터라 그가 어떤 증언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상원이 소환장을 발부하면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 시민이자 전직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증언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어 신중히 고민한 결과 증언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집권 공화당이 상원 100석 중 53석을 점유하고 있어 그가 실제로 상원에서 증언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의 탄핵 심리가 시작될 때까지 증인 소환 여부에 대한 결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9월 24일부터 시작된 하원의 탄핵 조사 때도 야당 민주당으로부터 줄곧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증언 불응 명령과 의회의 소환 요구가 충돌한다며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은 볼턴 전 보좌관의 부하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소환을 포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탄핵의 정치 역학을 바꿔 놓는 깜짝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재선 승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수사를 압박한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바이든 수사와 미국의 군사 원조 등을 연계하려는 시도를 크게 우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바이든 수사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두고 ‘모든 사람을 날릴 수 있는 수류탄 같은 인물이다. 그의 계획은 마약 거래 같다’고 거세게 비난한 적도 있다.
이런 그의 이력, 트럼프 대통령과의 매끄럽지 못한 결별 등을 감안할 때 볼턴 전 보좌관이 대통령에게 부정적 증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모광’으로 유명한 볼턴 전 보좌관의 기록 습관도 백악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백악관 최고위급 중 가장 많은 메모를 작성한 사람이 볼턴이며 어떤 탄핵 조사 증인보다 더 많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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