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원으로 인한 지역민의 상처를 보듬고, 서부지역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 모두가 혜택을 보고 상생하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7일 오후 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진주권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앞서 위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진주의료원 문제를 아픈 손가락에 빗댄 뒤 “공론화 논의가 다시 갈등 요인이 되지 않고 지역사회 화합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한 것은 2013년. 경남도가 7년 만에 진주권 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돛을 올렸다. 진주권역은 진주와 사천시, 남해와 하동, 산청군을 말한다. 뭣보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진주의료원은 현재 경남도 서부청사로 쓰고 있다.
공론화 준비위원으로는 조승연 인천의료원장(57), 박종철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47),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55),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57)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정백근 경상대 의대 교수(51)를 위원장으로 뽑은 뒤 회의 원칙과 위원회 역할 등을 논의했다. 17일 오후에는 2차 회의를 연다.
이들은 공론화 목적·의제·방법의 설정,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운영 과정 등을 다음 달 말까지 협의하고 설계한다. 이를 토대로 3월 초엔 20명 안팎의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다. 위원회는 5월 말까지 조사와 숙의(熟議)를 거쳐 6월에는 공정하고 실현 가능한 공론화 권고안을 만든다. 도는 이를 검토해 정책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이행 조치를 마련한다.
공론화위원회와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은 도민 여론조사와 온라인 플랫폼 구축, 숙의를 직접 추진하거나 대행사를 선정해 공론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 3억 원도 확보했다. 윤 단장은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한 도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여론조사, 라운드 테이블, 공개토론회, TV토론회, 세미나 등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와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 등은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이후 지속적으로 공공병원 설립과 공공의료 강화운동을 펼쳤다. 이 운동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공론화는 이들의 노력과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한 공공의료 확충, 김 지사의 도정 중점 과제인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약속의 연장선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양질의 공공·민간병원이 없는 진주권 등 전국 9개 지역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 신축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공의료 확충 방안에 대한 시각차를 극복하고 지역민의 엇갈린 여론을 한데 모으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남도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은 민간병원에 공공의료를 위탁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병원을 설립(신축)한다는 명확한 전제 아래 공론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지사는 8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설립, 위탁 등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경남도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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