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곤 사태, 닛산서 정리해줬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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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과정 日정부 관여” 곤 발언 의식
곤 “상자 속서 불안했지만 희망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레바논으로 도주한 후 연일 일본 사법체계를 비판하고 있는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66·사진)을 두고 “닛산 안에서 그 문제를 정리해 줬으면 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8일 저녁 도쿄 긴자의 한 식당에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캐논 회장 등과 저녁을 먹으며 이번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발언을 했다. 줄곧 “나의 체포 및 기소 과정에 정부 인사가 개입했다”고 외치는 곤 전 회장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일본 내에서는 특정 기업인에 대한 총리의 발언이 즉각 알려진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곤 전 회장은 6일 미 폭스비즈니스에 “나를 제거하려 한 정부 인사의 실명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닛산 경영진 이름만 거론해 궁금증을 낳았다. 또 “총리가 관여했을 것으로 생각지는 않는다”고 했다. 실명 공개로 일본의 송환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그의 기자회견에 강력히 반발했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상은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인 9일 0시 40분경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출국은 어느 나라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정정당당하게 일본 법원의 판단을 받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곤 피고인의 주장은 일방적인 것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가세했다.

곤 전 회장은 전일 ‘상자에 들어가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고 “확실히 불안했고 걱정됐다. 하지만 희망도 있었다”며 “13개월간 악몽 속에 있었지만 아내의 얼굴을 봤을 때 악몽이 끝났다”고 답했다. 대형 상자에 숨은 채 개인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탈출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국제적으로 쫓기면서 살아야 하는데 어떠냐’는 질문에는 “나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남자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무죄 증거도 제시하겠다”고 주장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닛산#카를로스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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