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7배’ 군사보호구역 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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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강원 인제-양구 등 접경지역… 1년만에 또 7709만 m² 해제 조치
일각 “유사시 전방대비태세 취약”

군이 9일 서울 여의도 면적의 27배(7709만6000m²)에 해당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지난해 말 박재민 국방부 차관 주재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의결했다고 군은 밝혔다.

2018년 12월 여의도 면적의 116배 규모(약 3억3699만 m²)를 군사보호구역에서 푼 데 이어 1년 1개월 만에 또다시 보호구역을 대거 해제한 것. 보호구역에서 해제되면 건축물의 증·개축이나 토지 개발시 시·군과의 사전 협의 등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해당 지역의 토지·건축물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번에 해제된 구역의 대부분은 강원(79%)과 경기(19%) 등 군사시설이 밀집한 접경지역이다. 가장 많이 해제된 지역은 강원 인제군으로 약 3359만1000m²가 보호구역에서 풀렸다. 그 다음은 양구군(1197만3000m²), 화천군(918만7000m²), 철원군(572만9000m²) 순이다.

해제 지역들은 취락·상업·공장지대가 형성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꾸준히 해제를 요구한 곳이다. 군 관계자는 “지역민의 생활 불편과 재산권 행사 제약이 초래된 지역 위주로 풀었다”면서 “작전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국민의 편익 보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 접경지역 협력구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보호구역 해제 관련 당정협의를 가진 뒤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에는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합의가 담겨 있다”며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실현하는 것 또한 접경지역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완화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년여 사이에 여의도 면적의 143배에 달하는 군사보호구역을 해제한 것은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제구역의 상당 부분이 휴전선과 가까운 강원·경기 접경지역이어서 유사시 전방의 군사 대비태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해안포 도발로 9·19 남북 군사합의 자체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접경지역 내 보호구역을 대폭 해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군사보호구역#해제#남북 접경지역#협력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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