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 어제, 어제가 정말 좋았지./어제 이룬 공적, 오늘은 왜 못 이룰까? 오늘 만약 어제 일을 공상만 한다면 오늘은 허망하게 어제로 변할 것./ 오늘 일 없이 즐기느니 차라리 어제처럼 소소한 일이나 하지./소소한 일 많이 하는 게 하루 반짝 성공하는 것보다 나으리./어제를 오늘로 여기지 말라. 어제는 그저 어제일 뿐일지니. (昨日復昨日, 昨日何其好. 昨日之功績, 今日何不爲. 今日空想昨日事, 今日之空變昨日. 若知今日空歡喜, 昨日何不平常事. 多做一些平常事, 勝過成功只一日. 莫把昨日當今日, 昨日只能爲昨日.) ―‘어제의 노래’(작일가·昨日歌)·문가(文嘉·1501∼1583)
영웅은 지난날의 용맹을 자랑하지 않는 법. 어제의 영광에 얽매이다 보면 오늘 나태해지거나 불만스럽기 십상이다. 오늘을 직시할 수 없고 내일을 개척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단박에 얻은 어제의 성공은 요행처럼 위험할 수도 있으니 오늘의 소소한 일상사에 충실한 것이 허방에 빠지지 않는 지혜다. 좋았던 수많은 어제는 어제로 마감되었을 뿐 오늘은 오롯이 오늘로 살아야 한다.
시의 형식을 갖췄으되 말투는 전혀 엉뚱한 시, 이를 타유시(打油詩)라 한다. 엄격한 한시 규율을 벗어나 쉽고 유머러스한 언어로 촌철살인의 풍자나 해학을 담는다. 농지거리도 심심찮게 동원하며, 탐욕스럽거나 ‘군자연(君子然·군자인 척하다)’하는 인물의 표리부동을 겨냥하기도 한다. 파격적이고 재기 넘치는 김삿갓의 한시가 바로 타유시의 전형인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려면 남다른 내공이 필요하다.
이와 비슷한 문가의 작품이 또 있다. “인생 백년에 오늘이 얼마나 되리. 오늘 아무 일 안 하면 정말 아깝지./내일을 기다린다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있는 법”(금일가·今日歌)이라 했고 “많고 많은 내일, 평생토록 내일만 기다리다간 만사를 그르치기 마련./사람들은 내일에 매달리다 세월도 잊고 늙어버리고 말지”(명일가·明日歌)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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