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아니다” 보석 석방, 성추행-좌천의혹 폭로 2년만에
“인사권자는 상당한 재량 가져… 통영지청 배치, 위법 볼수 없어”
徐검사 “도저히 납득 어렵다”… 1, 2심과 달리 직권남용 엄격 해석
양승태 재판 등에 영향 줄듯
서지현 검사(47)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54)이 9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2018년 1월 서 검사가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과 보복성 인사 의혹을 폭로한 지 2년 만이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법정 구속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던 안 전 검사장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해 9일 석방됐다. ○ “인사는 인사권자 권한”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2015년 하반기 인사에서 수원지검 여주지청 소속이던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배치하도록 인사담당 검사에게 지시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의 행위는 직권남용죄가 처벌하도록 한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령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했다. 이어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해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했다. 검찰 인사는 인사권자가 재량에 따라 판단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경력검사가 부치지청(部置支廳·부장검사가 기관장을 맡는 소규모 지청)에 근무한 경우 다음 인사 때 희망 근무지를 반영해주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절대적 기준이 아닌 배려 사항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 제도가 언급된 2005년 7월 검찰인사위원회 심의사항을 보면 ‘부치지청 경력검사 인사 희망 우선 배려’, ‘부치지청 경력검사는 교체가 원칙이되 인사 희망이나 향후 인사 운영구도 등에 따라 일부 유임도 고려’라고 돼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여러 인사 기준 또는 다양한 고려사항 중 하나로, 지켜야 할 절대적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 ‘인사권 행사’에 대한 직권남용죄 엄격 해석
대법원의 판단은 안 전 검사장이 직권을 남용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고 본 원심과 반대의 결론이다. 앞서 1, 2심은 안 전 검사장이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했고, 인사담당 검사에게 의무가 아닌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인사 개입에 따른 직권남용죄에 대해 대법원이 엄격한 해석을 내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사건 등 인사권 행사에 대한 직권남용죄를 폭넓게 인정해왔지만 이번엔 달랐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 판사들을 희망하지 않은 근무지로 발령 낸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과의 만찬에서 현금 봉투를 돌렸다는 이유로 면직당한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별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소송을 내 1, 2심에서 이겼고 3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자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권남용죄의 ‘직권’에 ‘재량’을 넓히고 ‘남용’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했는데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며 “피해자에 대한 유례 없는 인사발령을 한 인사보복이 ‘재량’이라니”라고 썼다. 또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희망을…”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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