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원회 구성과 운영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지형 전 대법관(62)은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심 끝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직 제안을 수락한 경위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준법감시위 구성이 삼성 총수의 파기 환송심 재판에서 양형을 낮추기 위한 ‘면피용’은 아닌지 의심돼 처음엔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다”며 “결국 이용만 당하는 것 아니냐. 내가 이 일을 감당할 능력과 자질이 되는지도 고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난 후 면피용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준법감시위원회 회사 측 내정자인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고문)도 제가 직접 지정했다”고 운영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또 “무엇이 계기가 됐든 삼성이 먼저 벽문(壁門)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라며 “진의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을 넘어서는 게 삼성의 과제이자 위원회의 몫이 될 것이다. 실패는 있어도 불가능은 없다는 게 제 철학”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 대부분은 ‘삼성’이 아니라 삼성의 ‘최고경영진’을 향하고 있다”며 “최고경영진이 변해야 삼성이 변하고, 삼성이 변하면 기업 전반이 변화해 세상이 변한다”고도 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의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른바 진보 성향 대법관 5명을 일컫는 ‘독수리 5형제’ 중 한 명이다. 21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5년 40대 나이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다 파격적으로 대법관에 발탁됐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개혁 성향의 의견을 활발히 내면서도 보수 성향 법관들로부터도 합리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전직 고위 법관은 “합리적이고 대화가 잘 통했다”고 했다. 법원 내부에 ‘노동법 실무연구회’를 만들어 2010년 국내 최초의 노동법 주석서인 ‘근로기준법 주해’를 대표 집필하기도 했다. 소맥 폭탄주를 마시며 젊은층과 소통하기도 한다.
2018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질환 발병 관련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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