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정의용 ‘깜짝 회동’… 호르무즈 파병 능동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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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백악관에서 한미일 3국 고위급 협의차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 정 실장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나 협의하는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들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정 실장 등을 만난 것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북-미 핵협상 등 산적한 동맹 현안들에 대한 미국의 높은 기대수준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중동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직접 나선 것 자체가 파병에 동참하라는 무언의 압박 메시지에 해당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청해부대 작전 범위 변경 등을 검토해 왔다. 이제는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에 두고 적극적인 참여 의지부터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다. 파병 부대의 규모나 시기, 방법 등은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겠지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기여 의무도 고려해야 한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파병 목적을 세밀하게 한정하고 활동 범위도 분쟁 핵심지역을 피하는 치밀한 준비와 협상이 필요하다. 1991년 걸프전 당시 130억 달러의 거금을 헌납했지만 다국적군에 참여하지 않아 워싱턴으로부터 ‘ATM(현금입출금기) 외교’를 한다고 조롱받았던 일본은 이번엔 자위대를 파견키로 했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북핵,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난제들을 푸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월 말 총선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력을 경고한 이란의 모험주의에도 대비해야 한다. 긴장 수위가 낮아지는 시기를 고려하고, 중동 지역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의 안위를 지키는 선택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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