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오지와 고립된 마을을 거닐며 풍자와 독설을 쏟아내고, 우리를 둘러싼 주거지와 세상의 역사를 섭렵해 온 미국 작가 빌 브라이슨이 새로운 영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평생을 함께해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우리의 ‘몸’이다.
새로 발견한 ‘특종’은 없다. 저자는 의사도, 생화학자도 아니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난 뒤엔 내 두 발이 싣고 다니는 수십 kg의 덩어리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허파의 공기 통로를 모두 이으면 런던에서 모스크바까지 뻗는다. 몸의 혈관을 이으면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감을 수 있다. 몸속 세포의 모든 DNA를 풀어서 이으면 명왕성 너머까지 뻗어갈 길이다. 이 정도가 단 한 페이지에 실린 내용이다.
흔한 인체 소개서라면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같은 순서를 택했을 것이다. 이 책도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 몸의 미생물’ ‘몸의 화학’ ‘직립보행과 운동’ ‘균형 잡기’, 특히 ‘잠’처럼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영역에 각각의 장(章)을 제공한다.
저자의 앞선 책들처럼 현란한 수사학은 적다. 그래도 ‘우리는 자기 존재의 영광을 어떻게 찬미하고 있을까? 대다수는 운동을 최소로 하고 최대한 많이 먹음으로써 찬미한다. 정크 푸드를 목으로 집어넣으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빛을 내는 화면 앞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축 늘어져 보내는지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생활습관을 이용한 자살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같은 문장들이 낄낄거림을 자아낸다.
가장 길게 남는 여운은 경외감이다. 우리 손의 연골은 유리보다 매끄럽고 마찰계수가 얼음의 5분의 1이다. 연골 표면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면 얼음판에서보다 16배 더 빨리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얼음과 달리 연골은 부서지지 않고 금이 가지도 않는다. 게다가 연골은 스스로 자란다. ‘지구에 있는 최고의 기술들은 대부분 우리 몸 안에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것들을 지극히 당연시한다.’
우리가 몸에 대해 아는 것 이상으로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 역시 경외감을 빚어낸다. 알레르기 반응이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기에 우리는, 그것도 일부의 사람만이 알레르기를 달고 살까? 밝혀진 것은 없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하품을 왜 하는지도 우리는 모른다. 하물며 ‘왜 늙는지’는 거의 완전한 신비의 영역이다. 염색체 끝에 달린 DNA 가닥 ‘텔로미어’의 마모나 세포 내 활성산소가 한때 중요한 이유로 부각되었지만 이들도 노화의 일부분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 장 앞의 세 장을 저자는 질병과 의학의 오늘에 할애한다. 2011년에 인류의 감염병 사망자 수는 처음으로 심장병 같은 비감염병 사망자보다 적어졌다. 내내 풍자정신을 잃지 않는 저자도 이 순간에는 질병을 정복해 온 영웅들에게 엄숙한 경의를 표한다. 오늘날 우리 몸을 가장 위협하는 질병은 무엇일까? 독감이다. 미국에서만 한 해 3만∼4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다. 앗, 올해 독감 예방주사는 맞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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