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2020년 3월로 모두의 추억 속에만 남는 학교가 됩니다. ‘꿈둥이’들은 자라나면 누구나 학교를 떠나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 됩니다. 하지만 ‘염강 꿈둥이’들은 2020년 첫 달에 ‘조금 먼저 온 미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강초등학교의 강당 ‘꿈자람터’를 찾은 학부모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행사 안내문을 받아 들었다. 행사가 열린 단상 위에는 ‘조금 먼저 온 미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날 염강초교에서는 마지막 졸업식 및 종업식이 열렸다. 올 3월 ‘염강초등학교’라는 이름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1994년 개교한 염강초교는 학생 수가 줄면서 지난해 초 폐교가 결정됐다.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는 공립초등학교는 서울에서 염강초가 처음이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38명의 6학년 학생은 제25회 졸업생이면서 동시에 마지막 졸업생이다. 나머지 학생들은 인근 초교 2곳으로 분산 배치된다.
정든 모교가 문을 닫는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아쉬워했다. 졸업생 이모 군(13)은 “교실, 체육관 어디서나 행복했는데 학교가 왜 문을 닫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느티나무 축제, 제주도 여행, 운동장에서 뛰놀던 추억 어느 하나 아쉽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섭섭하긴 마찬가지다. 졸업생 학부모 A 씨는 “폐교 소식을 들은 뒤 졸업도 하기 전에 전학을 가야 하는 건 아닌지 많이 걱정했다”며 “다행히 아이가 졸업하게 됐지만 정든 모교가 아예 없어진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모교가 없어지는 것이 아쉬운 듯 이날 졸업식에는 중학생 여러 명이 찾아와 후배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교가를 제창했다.
▼ “10년뒤엔 전국 초등교 30% 문닫을것” ▼
서울 염강초 마지막 졸업식
새 학교로 옮기면서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 학생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5학년 박모 군(12)은 “그동안 이곳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는데 다들 흩어져야 한다는 게 슬프다”며 “새로 간 학교에서 모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새로운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행사 초반 여느 졸업식처럼 들떴던 분위기는 갈수록 차분해졌다. ‘마지막 등교’인 걸 실감한 듯 몇몇 학생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우는 것을 보니 선생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교장은 “넓은 우주에서 지구, 그중에서도 아시아의 이 한국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며 “새 학교에서도 그 만남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며 제자들을 위로했다. 이례적으로 초교 졸업식에 영상메시지를 보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새 학교에서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초 마곡지구에 중학교 1곳을 신설하는 대신 학생 수가 적은 근처 초중학교 3곳의 폐교를 권고했다. 그중 하나가 염강초교다. 저출산 여파로 서울에서도 염강초교처럼 폐교나 통합 수순을 밟는 학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서울지역 초등학교 신입생은 지난해보다 약 1만 명 줄었다. 앞서 2015년 서울 금천구의 신흥초교와 흥일초교가 통합됐다. 2018년에는 사립초교 중에서 은혜초교가 문을 닫았다.
최근엔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 인근을 중심으로 초중고교 간 통합 운영이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송파구 해누리초중이음학교가 신설됐고, 올 9월에는 마포구 창천초교와 창천중이 ‘초중학교’ 형태로 통합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10년 뒤 전국 초등학교의 30%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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