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당국이 이란 테헤란에서 8일(현지 시간) 추락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는 이란의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고 원인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공방을 벌이면서 가까스로 봉합 국면에 들어간 미국-이란 갈등에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 美, 위성·감청 동원해 ‘격추’ 주장
뉴욕타임스(NYT)는 미 관리를 인용해 “이란의 방공시스템 SA-15에서 발사된 2발의 러시아제 미사일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9일 보도했다. NYT는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19초 분량의 동영상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다른 쪽에서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며 이란을 겨냥했다.
이 사고로 63명의 희생자를 낸 캐나다도 이란 미사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정보 당국과 동맹국들로부터 다수의 정보를 확보했다”며 “증거들은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발적으로 이뤄진 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NYT는 적외선 감지장비를 탑재한 미군의 탐지위성(SBIRS)이 여객기 추락 당일 이란의 ‘SA-15’ 미사일의 발사를 탐지했고, 미 정보 당국이 감청을 통해서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토르’라고 불리는 SA-15는 항공기나 유도 무기를 요격하는 용도로 개발된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다.
반면 이란 당국은 “새빨간 거짓말(big lie)”이라고 부인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알리 아베드자데 이란 민간항공청장도 국영통신사인 ISNA에 “사고기는 미사일에 격추되지 않았다. 이 사실 하나만은 확실하다”고 일축했다. 이란 정부가 사고 당사국의 조사 참여를 허용하겠다고 밝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사고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이 참여하기로 했다.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희생자 가운데 미국인이 없고, 미 당국이 이 사건을 이란의 ‘실수’에서 빚어진 일로 규정해 사건의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정부가 미국 측의 사건 조사 참여를 허용한 것도 유화 제스처로 해석된다.
○ 트럼프 “이란 추가 제재 승인”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강력한 경제 제재 카드로 맞서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금 전 재무부와 함께 그것(추가 제재)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제재들은 매우 가혹했다. 지금은 상당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미국이 이란의 비석유 산업과 지도층을 대상으로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미국 작전에 따른 후폭풍도 여전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9일 밤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80km 떨어져 있는 미군 주둔 시설 알발라드 공군기지 인근 두자일 지역에 로켓포 1발이 떨어졌다. 친이란 성향 민병대의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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