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는 어김없이 ‘디스플레이 대전’이 펼쳐졌다. 삼성과 LG전자를 필두로 정상급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이 주도하는 양자점(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와 LG가 주도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외에, 올해는 미세한 ‘마이크로LED’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끌었다.
○ ‘나노 반도체’로 얇고 선명하게
삼성전자는 이번에 QLED 8K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지난해 8월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55∼98인치 대형 고급 QLED 8K TV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을 추가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8K TV는 4K 초고해상도(UHD) TV보다 빛을 내는 단위입자(화소) 수가 4배 많은 3300만 개에 이른다.
QLED는 퀀텀닷의 발광 특성을 이용해 색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소자다. 퀀텀닷은 크기가 수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반도체 입자를 의미한다. 전류 또는 빛을 흡수하면 빛을 낼 수 있다. 전류를 받아 바로 빛을 내는 방식을 전기발광(EL)이라고 부르고, 빛을 받아 다른 파장의 빛으로 변화시키는 형광 방식을 광발광(PL)이라고 부른다.
퀀텀닷을 응용한 디스플레이는 빛을 내는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진다.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고, 표현하는 색을 결정하는 요소인 빛의 파장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OLED 못지않게 얇으면서도 더 싸고 색 재현성이 뛰어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에서는 삼성전자가 QLED를 고급 디스플레이 분야의 주력 기술로 연구하며 매년 제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QLED는 빛을 내는 LED 광원을 따로 두고, 이 빛을 받은 퀀텀닷 필름이 다시 빛을 발하는 2단계 방식으로 색을 표현한다. 원리와 과정이 액정표시장치(LCD)와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파란색 빛을 내는 OLED를 사용하고, 그 앞에 OLED 빛을 받아 빨간색과 녹색 빛을 다시 내는 퀀텀닷을 배치하는 형태에 집중하고 있다. 박재병 고려대 디스플레이융합전공 교수는 “삼성전자는 파란색을 내는 수명이 긴 OLED의 장점과 빨간색과 녹색을 내는 퀀텀닷의 장점을 모두 이용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연세대와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안전하면서 빛 효율과 안정성이 뛰어난, 스스로 빛나는 전기발광 QLED 기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인화인듐(InP)을 이용한 퀀텀닷에 전자를 주입하면 스스로 빛을 낸다. 백라이트 없는 진정한 QLED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얇고 말리며 스스로 빛내는 OLED
이를 상대할 적수로는 LG전자의 OLED가 있다. OLED는 유기물로 만든 발광물질 안에서 전자와 전자가 빠진 입자(정공)가 만나면 빛을 내는 성질을 응용한 소자다. 유기물 종류에 따라 색이 다르다.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 없고 검은색을 표현할 땐 화소를 끄면 돼 어두운 색 표현에 유리하다. 매우 얇은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고, 일종의 플라스틱 필름 형태라 유연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벽걸이 디자인, 돌돌 감기는(롤러블) 디자인 제품을 그동안 선보여 왔다. 이번 CES에서는 새롭게 벽에 완전히 붙일 수 있는 벽 밀착형 디자인을 선보였다.
OLED TV는 2013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주요 전자기업들도 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TV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 파나소닉, 유럽 필립스 등 총 15개 글로벌 기업이 OLED 진영에 합류한 상태다. ○ 스크린 경험 재현하는 마이크로LED
올해 CES에서는 삼성과 LG, 일본 기업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제품을 선보였다. 이 디스플레이는 스스로 빛을 내는 1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LED 하나하나를 화소로 쓴다. 자체 발광이라 백라이트가 필요 없고, 형태나 크기에 제약이 없는 게 특징이다. 수십 인치 크기의 가정용부터 100인치 이상 크기의 상업시설용 대형 스크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다만 수천만 개의 작은 LED를 유연한 기판에 옮겨 붙이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140인치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2500만 개 마이크로LED를 옮기려면 약 6주가 걸린다. 지난해 말 한국기계연구원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은 마이크로LED를 기판에 기존보다 최대 1000배 빨리 옮길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연구소기업 ‘와이티에스마이크로테크’를 설립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높낮이가 각각 다른 LED를 한 번에 수천 개씩 집어 옮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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