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이곳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3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 강은숙 씨(51·여)는 “독재에 항거했던 박 열사 덕분에 우리가 민주화를 누리고 있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강 씨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함께 본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다. 그는 “그동안 먹고살기에 바빠 항상 마음은 있어도 못 왔었는데 추모제에 직접 와보니 분하고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고 했다. 추모제가 열린 이곳은 1987년 1월 14일 박 씨(당시 22세·서울대 언어학과 84학번)가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있던 자리다. 경찰청 인권센터로 쓰이다가 2018년 12월 26일 행정안전부로 관리 권한이 넘겨져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 뒤 열린 두 번째 추모제다.
추모제에는 시민과 김세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 씨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박종철 열사가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지 33년이 지났다”며 “여기에 있는 모든 분들이 그의 정신을 받들어 보다 활짝 핀 민주주의 사회로 나가기 위한 길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부 씨는 “내년에는 추모행사보다는 문화행사로 진행하는 것을 기념사업회 측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박 씨의 뜻을 이어가는 청소년들에게 ‘박종철 장학금’을 수여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고 기리는 활동 등을 해온 서울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와 경기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 인권동아리 ‘스펙트럼’이 장학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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