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직장가 달구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만년 꼴찌 프로야구팀에 부임… 원칙과 소신으로 팀 바꾸는 이야기
평사원은 “눈치 안보고 공부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나를 돌아봐”
간부급은 “파벌 싸움 하더라도 성적으로 하라는 말 곱씹게 돼”
“남들이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라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알려줍니까? 그럼 사람들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까요? 일 년 뒤에도 야구 모르는 게, 그게 진짜 창피한 거 아닙니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회식 때 야구 관련 책 읽으시는 걸 봤는데 사람들이 야구를 책으로 배운다고 막 비웃고 그러기도 하더라”는 운영팀 직원 재희(조병규)의 말에 백승수 단장(남궁민)은 이렇게 반문한다. 드라마 속 명대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는 직장인 양보람 씨(35·여)가 이 대사를 적은 게시물에는 1800여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프로야구를 직접 관람한 적 없는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 양 씨가 스토브리그에 빠진 건 원칙과 소신에 따라 조직을 바꿔나가는 백 단장에게 크게 공감해서다. 양 씨는 “회사에서 남들 눈치 보느라 몰라도 아는 척하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기초적인 것부터 배우는 백 단장을 보며 나를 돌아봤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거세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만년 꼴찌 팀인 ‘드림즈’에 백 단장이 부임해 코치 간 파벌, 선수 스카우트 비리 등 조직에 깊게 뿌리내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1회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5.5%로 출발한 스토브리그는 11일 방영된 9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5.5%를 기록했다. 소재는 야구지만 조직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오피스물’에 가깝다. 스토브리그 제작진은 “스포츠 프런트들이 겪는 일은 회사에서 경험하는 일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도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다.
회사원 윤유연 씨(27·여)는 백 단장이 야구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무시당하는데 이런 일이 회사에도 존재한다고 했다. 윤 씨는 “기업에도 동종업계 출신이 아닌 상사에 대한 텃세가 은근히 있다”며 “백 단장이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 하듯 조직의 혁신을 위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부급 직장인들은 조직 운영에 대한 팁을 얻는다고 한다. 대기업 부장 송모 씨(47)는 감독 자리를 두고 파벌 싸움을 벌이는 코치들에게 백 단장이 “파벌 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그게 제일 쪽팔리는 거 아닙니까?”라고 던진 일침을 곱씹는다고 했다. 송 씨는 “회사 내 파벌 싸움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세력 다툼이 아니라 긍정적인 경쟁심으로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팀장인 김주형 씨(36)는 “백 단장이 실력은 있지만 팀 분위기를 망치는 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하고, 병역기피를 했지만 열정과 실력이 있는 창주(이용우)를 용병으로 데려오는 결단을 내리는 걸 보며 인력관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각광받는 리더십의 유형은 바뀌지만 원칙을 따르는 리더십이 성공하는 건 변함이 없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은 “실력 중심의 팀 구성, 성과는 좋지만 팀워크에 해가 되는 선수는 방출하는 과감한 결정 등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나 박항서 감독이 ‘현실판 백승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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