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 이단아’ 이보 포고렐리치 내달 19일 15년만의 내한 콘서트
작년 24년만에 새 음반 발매… 악동서 중후해진 모습으로 변신
“피아노 45도 돌려세우는 배치는… 다양한 소리 끌어내려는 시도”
“제 옛 모습을 아는 관객은 세월이 흘러 달라진 모습을 찾아내시겠죠. 제가 생소한 관객은 처음으로 제 다양한 매력을 만나실 거고요.”
‘건반 위의 이단아’ 이보 포고렐리치(크로아티아)가 15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다. 늘 풋풋한 얼굴 뒤의 악동으로 기억되던 그도 이제 61세다. 2월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바흐 영국모음곡 3번, 베토벤 소나타 11번, 라벨 ‘밤의 가스파르’ 등을 연주하는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음악은 시간과 함께 진화한다’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후해진 그의 모습이 생소한 것은 24년 만에 음반을 내놓은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는 21세 연상의 스승 알리자 케제라제와 결혼했으나 1996년 암으로 부인을 잃은 뒤 우울증에 빠져 한때 활동을 줄였다. 그 뒤의 음반은 지난해에야 나왔다. 베토벤 소나타 22, 24번,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등을 담았다. 그는 “아내보다 나은 피아니스트를 들은 적도, 안 적도 없다. 책임감과 사랑이 내 음악의 원동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연주는 극단적인 속도와 강약 변화 등 예상을 뛰어넘는 개성으로 유명했다. 프로그램을 예고 없이 바꾸기도 일쑤였다. 그가 말하는 ‘진화’가 개성을 더 키웠을지, 누그러뜨렸을지는 이번 만남에서 알 수 있을 듯하다.
그의 무대 위 모습도 관심거리다. 그는 지난 내한 연주들에서 피아노를 45도 돌려세우고 무대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는 특이한 무대 배치를 선보였다. ‘그게 오히려 객석 좌우에 음향이 고루 들릴 뿐 아니라 관객이 내 손을 보기도 좋다’는 이유였다. 이번에도 이런 파격을 시도할까? “피아노 소리의 다양함을 최대로 끌어내고자 음향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표현 방식을 선택할 자유가 개성을 낳죠”라는 말로 그는 답을 대신했다.
그를 늘 따라다니는 일화가 있다. 1980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그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자 심사위원장이었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자리를 박차고 바르샤바를 떠나버렸다. 이 일화를 즐겨 입에 올리는 포고렐리치도 “아르헤리치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3만∼1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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