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짐 덜어주고 모두가 경쟁력을”… 선수 경험 없는 감독의 ‘올림픽 드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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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외국인 사령탑 라바리니
작년 3월 부임 뒤 체질 바꾸기 주력, 이재영-김희진 등 공격점유율 급증

1988년 아홉 살 이탈리아 소년은 서울에서 열린 세계인의 축제를 통해 처음으로 올림픽의 존재를 깨달았다. 32년이 지나 40대가 된 소년은 이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한국 여자 배구의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1·사진) 얘기다. ‘선수 경험이 없는 지도자’라는 이색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는 한국 배구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한 이후 팀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해 왔다. 그가 내건 과제는 ‘김연경(32·터키 에즈자즈바시으) 의존도 낮추기’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와 보니 지나치게 김연경에게 기대고 있더라. 레프트뿐만 아니라 각 포지션의 장점을 살리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여자 대표팀이 보여준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열린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1세트를 내주고도 복근에 부상이 있는 김연경을 출전시키지 않았던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김연경은 출전을 준비했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끝까지 김연경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휴식한 덕분에 김연경은 다음 날 결승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경(36득점)보다 이재영(24·흥국생명·71득점), 강소휘(22·GS칼텍스·41득점), 김희진(29·IBK기업은행·40득점)이 더 많은 득점을 한 것도 고무적이다. 12일 태국과의 결승에서 팀 최다인 22점을 올린 김연경의 공격점유율은 37.7%였다. 과거 국제대회에서 50%를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이재영(26.3%)과 김희진(20.2%) 등 후배들과 공격을 나눈 결과다. 김연경은 “나는 후배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느낌이다. 후배들이 많이 성장한 걸 느낀다”고 말했다.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라바리니 감독은 “전체적인 팀의 스피드와 블로킹이 좋아졌다. 앞으로 공격적인 부분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1 부스토 아르시치오의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라바리니 감독은 14일 새벽 일단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한국은 그와 함께 도쿄에서 44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스테파노 라바리니#여자배구 대표팀#김연경#이재영#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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