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샌더스 ‘여성 비하’ 공방에… ‘인종 비하’로 조롱한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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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샌더스가 여성 후보는 대선서 이길 수 없다고 말해”
샌더스 “터무니없는 말” 일축… 트럼프 “포카혼타스와 샌더스 불화”
원주민 혈통 워런 또 비꼬아

유세 나선 美민주당 대선후보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의 주요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왼쪽 사진부터)이 다음 달 3일 아이오와주에서의 첫 경선을 앞두고 유세를 벌이고 있다. 워런 의원은 13일 샌더스 의원이 자신에게 “여자는 미 대선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13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25%), 샌더스 의원(19%)에 이어 3위(16%)를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마셜타운·대븐포트·에임스=AP 뉴시스
유세 나선 美민주당 대선후보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의 주요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왼쪽 사진부터)이 다음 달 3일 아이오와주에서의 첫 경선을 앞두고 유세를 벌이고 있다. 워런 의원은 13일 샌더스 의원이 자신에게 “여자는 미 대선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13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25%), 샌더스 의원(19%)에 이어 3위(16%)를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마셜타운·대븐포트·에임스=AP 뉴시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계가 ‘여성 폄훼’ 논쟁에 휘말렸다. 야당 민주당의 진보 성향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이 경쟁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1)에게 “여자는 대선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민주당 측은 둘의 대립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호재라며 집안 단속에 나섰지만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워런 의원은 13일 CNN에 “샌더스 의원과 여성 대선 후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여성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지만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NN은 하루 전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미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샌더스 의원은 즉각 성명을 내고 부인했다. 그는 “여성은 당연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이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300만 표를 더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이든 무기로 쓰는 성차별주의자 겸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만 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샌더스 캠프의 일부 선거운동원들이 ‘워런은 반드시 민주당을 찍을 고학력층과 부유층 유권자에게만 호소력이 있다’고 말하라는 지침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도 워런 의원은 “샌더스가 나를 물리치려고 운동원들을 보내고 있다. 실망했다”고 밝혔다. 샌더스 의원은 “캠프에 500명이 넘는 사람이 있다. 또 워런에게 부정적인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둘의 대립은 다음 달 3일 아이오와주에서의 첫 경선을 앞두고 양측이 초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발생했다. 13일 퀴니피액대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경선 주자 중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위(25%), 샌더스 의원이 2위(19%), 워런 의원이 3위(16%)를 달리고 있다. 진보 시민단체 ‘미국을 위한 민주주의(DFA)’는 성명을 내고 “상대방을 공격하지 말고 당내 반대자들을 이기기 위해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 분열에 반색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샌더스의 자원봉사자들이 엘리자베스 ‘포카혼타스’ 워런을 버리려 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자신을 거세게 비판하는 워런 의원을 종종 ‘포카혼타스’로 지칭해 인종차별 논란을 불렀다. 17세기 미 원주민(아메리칸 인디언) 추장의 딸인 포카혼타스는 디즈니 영화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졌다. 현재는 유색인종 여성을 비하하는 성차별 및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인다.

전형적인 백인 여성 외모를 지닌 워런 의원은 하버드대 등의 정교수 채용을 앞둔 1990년대 자신을 ‘원주민’으로 분류했다. 그가 소수민족 우대를 통해 교수로 임용되려고 원주민 핏줄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정계 입성 후 논란이 더 커졌다. 워런 의원은 2018년 10월 유전자 검사를 통해 6∼10세대 이전 조상 중 원주민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64분의 1에서 1024분의 1에 해당하는 확률로 미국 백인 평균치와 흡사한 수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검사 결과를 비웃으며 “미국민을 대상으로 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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