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직원식당의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혼밥족’을 위한 1인 좌석 비중이 늘어나고 테이크아웃 샐러드와 도시락 등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근무 환경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 직원식당에서 국회와 한강이 보이는 창가 자리엔 전용 헤드폰이 설치된 1인석이 10여 개 마련돼 있다. 직원 노모 씨(32)는 “직원식당 리뉴얼 이후 개인적인 식사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며 “예전엔 밥만 먹고 바로 나왔는데 요즘엔 식사가 끝난 뒤에도 음악을 듣거나 식당에 마련돼 있는 북카페에서 쉴 수 있어 식당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각형의 단체석만 즐비한 여느 직원식당과 달리 2∼6인용 크기의 다양한 테이블도 들여놨다.
지난해 8월 기존 직원식당을 리뉴얼해서 오픈한 이곳은 자기 시간과 개성을 존중하는 2030세대 직원들의 특징을 대거 반영했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배식을 받는 일반적인 직원식당과 달리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오픈형 키친 3개의 코너에서 한·중·일·양식 등 3∼5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측에 따르면 하루 평균 식당을 이용하는 직원 수는 1000여 명으로 식당 리뉴얼 이전보다 20%가량 늘었다.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 지하 ‘그린테리아 셀렉션’은 마치 시중의 외식업체처럼 꾸며져 있다. 식판에 여러 반찬을 담아 먹는 방식이 아니라 철판요리와 마라탕 등의 다양한 메뉴와 샐러드바를 일품요리로 즐길 수 있다. 식사 시간이 아닌 때에는 캐주얼 파티나 호프데이, 비즈니스 미팅 장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또 다른 금융권 기업에서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식당 내 프라이빗룸에서 다양한 플래터 메뉴를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운동이나 독서 등을 하길 원하는 2030세대 ‘자기계발족’ 직원들을 위해 직원식당에서 ‘테이크아웃 샐러드’나 ‘도시락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전체 고객사 중 약 30%에 해당하는 150여 곳에서 간편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2017년(15곳)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식사를 간단히 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직원들을 위해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간편식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며 “보통 샐러드나 수제버거, 컵밥 등을 하루 200∼400개가량 준비하는데 점심시간 시작 30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이 직원식당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직원들에게 ‘즐거운 한 끼’를 제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제대로 된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선 기존 직원식당 끼니당 객단가의 2배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며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양질의 점심시간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해 직원식당 투자를 늘리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내수 경기 불황과 제조업 가동률 저하,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새 사업 모델 발굴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급식업체들도 이와 같은 직원식당의 변화를 반가워하고 있다. 김해곤 현대그린푸드 전략기획실장은 “직원식당에 투자하려는 고객사들이 많아지면서 단체급식 업계에서도 콘텐츠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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