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변화 대응할 공직자 필요… 영국은 총리 직속 전담조직 신설
美, 구글 출신이 디지털 정책 주도
공직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좌우… 韓, 낡은 채용기준-교육 바꿔야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이나 산업과 경제의 변화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고, 사회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는 그 중요성을 절감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지능정보화와 공공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부의 전문 조직과 인력은 부족하다. 세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선진국 중 영국 사례를 보면, 디지털 전환을 위해 2011년에 총리실에 정부 디지털 서비스(GDS) 조직을 신설하고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 왔다. 이어 2017년에는 ‘디지털 전환 전략’을 발표하였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과 임금 및 선발 체계 등을 혁신하고 있으며, 비(非)디지털 공직자들을 위한 기술 교육 훈련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미국도 2014년에 영국의 GDS를 참고하여 미국 디지털 서비스 조직을 대통령실에 설치하여, 디지털 전환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조직의 초대 수장으로는 마이클 디커슨 구글 엔지니어를 발탁한 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청와대에 디지털혁신비서관을 신설한 것은 늦었지만 의미가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정부 혁신을 가속화하려면 영국과 미국처럼 보다 종합적인 전략을 개발하거나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여기서는 정부 인력 관리 차원에 한정하여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4차 산업혁명에 즈음하여 공무원의 핵심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민간과 달리 인공지능(AI) 개발자보다는 AI 사업의 방향성을 파악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에서 간과할 수 있는 데이터 보안의 취약점에 대한 예방책 등을 마련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무원의 역량모델도 손질해야 한다. 초연결 시대에 필요한 연결성, 사람 간 및 조직 간의 협업은 물론이고 사람과 기계 간 협업까지 포함한 협업능력 그리고 컴퓨팅 사고와 데이터 문해력 등이 필요하다.
둘째, 지능정보화 발전에 맞추어 공직의 직렬과 직류를 포함한 채용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공직 분류에서 직무의 종류와 성격이 비슷한 직류를 한데 모아놓은 것을 직렬이라 하는데, 정보통신기술이나 AI 등과 가까운 현재의 직렬은 ‘전산 직렬’이다. 그런데 현재의 전산 직렬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능정보 업무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능정보 직렬을 신설하고 지능정보 직렬에는 데이터(관리) 직류, 인공지능관리 직류, 지능정보자원관리 직류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새로운 직렬과 직류를 신설하면 관련 교육과 공무원 채용시험 과목도 손질해야 한다. 기존 컴퓨터공학 등의 교과과정 외에 빅데이터와 AI 등 새로운 과목을 신설하여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교육해야 하고, 정부는 그러한 과목을 선별하여 채용시험을 치러야 한다. 경험 있는 전문 경력자는 경력 채용시험을 통해 선발하지만, 신규 인력은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통해 선발하므로 그에 부합하는 직렬 및 직류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시험과목을 반영해야 한다.
넷째, 데이터, AI, 드론 등을 활용한 융합기술이 필요하므로 공무원 교육 훈련 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기존 정보화 교육을 빅데이터와 AI 등 미래 핵심기술 기반의 ‘지능정보화 교육’으로 개편하고, 디지털 혁신과 컴퓨팅 사고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인재 개발 전반에 걸친 빅데이터를 구축하며 인재 개발과 인사 관리 데이터를 연계하여 개인별 역할과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정부가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의 비전을 달성하고, 전자정부의 틀을 넘어 지능정보형 디지털 정부를 진정으로 구현하고자 한다면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인사 관리와 인재 개발 방향을 명시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끝으로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꼭 강조할 점은 정부의 목표의식과 의지다. AI 강국이 되려면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가는 추격 국가의 위상을 넘어, 이제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도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명운과 사활을 걸고 총력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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