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분담금 항목 틀 유지” 주장에 美, 준비태세 항목 등 신설 압박
파병을 기여로 인정 의미 있지만 장병 안전-돈 결부돼 부담될수도
미국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방위비 분담금에 영향을 미칠 군사적 기여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를 넘겨 진행 중인 방위비 협상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는 군사적 기여의 가치를 협상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분담금 협상을 파병 문제와 연계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의 최대 쟁점은 △인건비 △군수지원비 △군사건설비 등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협정의 틀을 유지하느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주문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을 위해 여기에 ‘준비태세(readiness)’라는 새 항목을 신설해 주한미군 훈련비용 등까지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존의 틀 안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SMA 틀을 넘어서는 외부적 기여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측 협상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과 6시간 넘게 협상을 진행했다. 기존의 SMA 틀을 유지하려는 한국과 항목 신설을 통해 분담금 증액을 끌어내려는 미국 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와 의회에서까지 “5배 증액 요구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 정부도 타협점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무리한 증액 요구에 비판적인 한국 여론을 감안할 때 설령 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국회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협상팀 내부에서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가 반미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관여해온 한 관계자는 “협상에서 그 숫자(5배)는 더 이상 (미국 측 요구가)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협상에 반영하게 되더라도 이는 기존에 결정 및 이행된 것이 아닌 앞으로의 새로운 기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SMA 협상과 연계된다면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은 ‘돈 문제를 장병의 안전이 걸린 파병과 맞바꾸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 파병이 이뤄진다 해도 방위비 협상에 얼마나 실질적 도움이 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르며 노골적인 증액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미국 협상팀도 재량권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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