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할 당시 검찰 권한 축소와 경찰권 분산을 동시에 하기로 했으나 검찰 권한 축소만 이뤄져 우려가 크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야 비로소 “자치경찰 분리,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경찰 재편 등을 다룬 법안이 길게는 2년 4개월, 짧게는 9개월 넘게 발이 묶여 있다”며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국가수사본부의 신설이 가장 시급하다. 지금은 경찰청장이 모든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 앞으로 경찰청장은 치안과 행정을 담당하는 경찰만 통솔하고 수사 경찰은 별도 조직인 국가수사본부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경찰청장은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일반적 지시는 할 수 있더라도 구체적 사건에 관해 지시할 수는 없어야 한다.
자치경찰은 현재 사실상 전무하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2022년까지 국가경찰 4만3000명을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마저도 수사기능은 가정 폭력, 학교 폭력, 교통 범죄 등 생활형 범죄에 제한된다. 국가수사본부는 국가적 차원의 중대 범죄만 수사하고 일반 형사범죄의 상당 부분까지 자치경찰에 넘겨주는 명실상부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경찰은 국가수사본부만으로도 거대한 공룡이 될 수 있다.
경찰은 수사정보를 넘어 치안정보라는 이름으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한다.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경찰의 정보 기능과 검찰 통제를 받지 않는 수사권이 합해질 경우 경찰이 과거 검찰을 능가하는 권력기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경찰의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을 막을 실효적인 제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경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는 탓을 하고 한국당은 민주당이 검찰 권한 조정에 관한 법안만 패스트트랙에 올려 처리한 탓을 한다. 하지만 경찰 개혁 없는 검찰 개혁은 검찰이 가진 칼을 뺏어 경찰에 주는 것이 될 뿐이다. 검찰 권한 조정을 다룬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경찰권 분산도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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