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6일 한국의 대북제재 공조 이탈에 대해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가 공식화한 북한 개별관광이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하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대북정책 구상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한미 간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외신 간담회에서 “제재 틀 내에서 여행은 인정된다”면서도 “여행자가 (북한에) 들고 가는 것 중 일부는 제재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후 유엔이나 미국 독자 제재를 촉발시킬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개별관광 허용 시 대북제재 위반은 물론이고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에 대해선 미국 기업, 금융기관 등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미국의 독자 제재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2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교류행사에 대북제재 대상이라며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반입을 불허한 바 있다. 북한 개별관광이 실시될 경우 유엔 대북제재 결의 2087호가 금지하고 있는 달러 등 ‘벌크 캐시(대량 현금)’ 유입 가능성도 있다.
또 해리스 대사는 “여행자들이 중국을 통해 들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들어가는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DMZ를 통해 갈 경우) 유엔사가 관여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개별관광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개별 방문은 제재에 들어가지 않고 얼마든지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한미 간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10월에도 국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대북제재 위반 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말라”며 ‘세컨더리 보이콧’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해리스 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 대해선 “(미국이) 요구 총액을 조정했다. 미국이 양보했으니 한국도 그럴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지난해 12월 5차 회의에서 총액을 39억 달러까지 낮춰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실장은 이날 “(미국 주도)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형태는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돼 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의 독자 활동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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