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관계자 “이정도면 전원위 사안… 어떤 언급도 없는 게 이상하다”
내부서도 “靑 눈치보기” 지적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검찰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국민 청원을 공문으로 보낸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진 지 3일 만에 내놓은 원론적 입장이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청와대 눈치를 본 소극적 대응”이란 지적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국민청원 건 관련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청원) 관련 진정이 제출되면 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까지 대통령비서실에서 이송(이첩)된 민원은 700여 건”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7일 보낸 공문을 통상적인 민원 이송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전날부터 두 차례 이상 회의를 가졌으나 위원장이나 상임위원이 참석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안팎에선 이런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이 정도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전원위원회를 소집해야 할 사안인데 어떤 언급도 없는 게 이상하다”며 “인권위도 국가기관이라 청와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긴 조심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런 공문을 보낸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전례가 없는 일인데도 독립기관인 인권위가 별다른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도 “심각한 사안인데 인권위의 대응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15일 “공문이 발송된 자체로도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인권위는 지금까지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일 때마다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혀 왔다. 2002년 청와대가 인권위 상임위원 3명이 국제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대통령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경고하자 인권위는 “행정부 등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라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당시 최 위원장은 인권위 사무총장이었다. 2008년 정부가 인권위 조직 축소 계획을 내놓았을 때도 네 번이나 긴급 전원위원회를 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18년 7월 취임한 최 위원장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당시 후보의 시민멘토단에서 활동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