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장애인 비하 논란 사과… 계속된 질문엔 “더 말씀 안드리겠다”
장애인단체 “진정성 없어” 사퇴 요구… 당내선 총선 판도에 악영향 우려
한국당도 선거 앞두고 ‘막말’ 경계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분석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어서 한 말인데, 결과적으로 조금 상처를 줬다고 하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날 당 유튜브 방송에서 불거진 자신의 장애인 비하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하지만 질문이 이어지자 “더 말씀을 안 드리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2018년에도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 대표는 이날 “그런 말을 여러 번 자주 한 건 아니고 지난번에도 무의식적으로 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시민사회와 야당에선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바른미래당은 ‘더불어, 멍 때리는 소리’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배설에 가까운 언어 수준”이라며 거듭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되풀이되는 사과문은 진정성이 없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특히 과거 ‘실언’으로 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위기를 초래한 상처가 적지 않은 민주당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방송을 제작한 당 관계자가 지도부에 사과했다”며 “녹화방송이 그대로 나가기까지 아무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실언이 2004년 총선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현 민주평화당 대표)의 노인 폄하 발언과 2012년 김용민 전 민주통합당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처럼 총선 판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막말 포비아’까지 감지되고 있다. 당시 정 의장은 대한노인회의 정계은퇴 요구 시위와 당 지지율 하락 속에 공천을 반납해야 했다. ‘나는 꼼수다’ 방송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김 후보는 여성 유권자들의 외면 속에 패배했고,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예상을 깨고 과반 의석을 얻는 데 결과적으로 일조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과거 경험을 교훈 삼자며 총선기획단 출범부터 공천 시 혐오 발언 이력을 검증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공천을 총괄하는 당 대표가 막말을 하는 게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한국당도 막말 파문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은 전날 이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는 논평에서 ‘장애인’을 비하의 의미로 사용했다가 2시간 만에 논평을 수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최근 의정보고회에서 경찰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당시 친박 핵심이던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의 공천 지시를 거부한 김무성 당시 대표를 겨냥해 “죽여 버리게”라고 했다가 파장이 일자 선거 전 탈당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2년 10월에는 여성 기업가 출신인 김성주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젊은 당직자에게 “나 영계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결국 공식 사과했다. 2002년 대선 때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한 실업계 고교를 찾은 자리에서 여고생을 ‘빠순이’라고 불렀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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