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양부모 가정에서 자란 한국인 입양아 남매, 그러나 피는 섞이지 않은 누나와 동생이 있다. 서른두 살의 누나 헬렌은 양부모와 소식을 끊은 지 5년이 넘었다. 어느 날 스물아홉 살 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양아버지의 숙부로부터 듣는다. 헬렌은 동생의 자살 이유를 찾겠다며 ‘유년기 고향’으로 향한다. 하지만 동생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지를 ‘조사’하면 할수록 과도하게 감정적이고 불안한 자신의 모습만 재확인할 뿐이다.
그가 기억하는 양부모 집에서의 삶은 묘하게 현실에서 뒤틀려 있다. 양부모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 친척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 이웃들이 그를 경계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헬렌의 기억과 사실 사이에 균열이 존재함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그가 기억하는 동생과의 사이에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된 작가가 쓴 소설을 읽으면 독해의 딜레마에 빠질 때가 적지 않다. 이야기의 심연에 입양이라는 ‘괴물’이 당연히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은 작가의 본의를 본의 아니게 왜곡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체성이라는 변수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사회적 진공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양 읽을 수만도 없다.
1981년 한국에서 출생해 미국 중서부 지방의 가정으로 입양된 저자가 한국인 독자를 얼마나 의식하고 이 작품을 썼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 저자의 입양된 한국인 남동생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읽기가 편하지만은 않다. 헬렌에 대한 감정이입을 저자가 의도적으로 방해한 듯도 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태생적’으로 상처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주변과 소통하고 화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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