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서전고 학생들 바자회 수익금십시일반 모아 네팔 초등학교 전달
교수 기업인들도 기부행사에 참여
“야∼신난다∼하∼하∼하.” 13일 오전(현지 시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 있는 바드라칼리 초등학교. 학교 한쪽의 작은 공간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이 학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60여 명의 아이들은 모두 그네, 시소, 미끄럼틀, 철봉 등의 놀이기구를 타며 환한 미소와 함께 함성을 질렀다. 경찰관이 꿈인 수먼 라이 군(13)은 “한국의 형 누나들이 놀이터를 선물해 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 놀이터는 한국에 있는 서전고(충북 진천 혁신도시 소재) 학생들이 바자회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 2000여 달러와 독지가들의 성금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또 놀이터와 함께 이 학교 유치원생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놀이기구와 학용품 등이 선물로 전해졌다. 이날 기부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서울과 충북 청주, 전북 익산 등 전국에서 모인 교수, 기업인, 학생 등 17명으로 구성된 ‘2020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대장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이다.
1962년 문을 연 바드라칼리 초등학교는 2015년 네팔 대지진 때 건물 대부분이 무너졌다. 이후 학생들은 공터에 천막을 치고 공부하다 학교 소유의 마을 보건소로 옮겨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와 바드라칼리 초등학교의 인연은 2018년에 맺어졌다.
박 사무처장은 2005년부터 히말라야 빙하를 탐사하고 현지 학교를 찾아 봉사하는 탐사대를 이끌고 있다. 2008년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직지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 카라코람산맥에 있는 해발 6235m 봉우리 등정에 성공했다. 파키스탄 지명위원회가 이 미답봉을 ‘직지봉’으로 공식 인정해 파키스탄 및 세계 각국의 지도에 표기됐다.
박 사무처장은 2016년 서전고 학생회 초청으로 특별강연에 나서 대지진으로 고통 받는 바드라칼리 초등학교를 비롯한 네팔의 상황을 알렸다. 서전고 학생들은 축제 때 네팔 학교를 돕기 위한 나눔장터를 열어 음식과 물품 등을 팔아 성금을 모았다. 학생들이 모은 1100달러는 박 대장에 의해 2018년 1월 바드라칼리 초등학교에 전달됐다. 이후 서전고는 지난해에도 성금을 모아 전달했고, 올해도 성금을 모아 3년째 기후변화탐사대에 전달했다.
또 청주의 경제인과 대학교수,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충청리더스포럼’(회장 남기헌 충청대 교수)과 임형택 태강기업 대표, 최석진 변호사 등도 온정을 더했다. 기후변화탐사대가 랑탕히말에서 만난 충북 보은에서 온 교사 4명도 100달러를 기부했다.
이 같은 한국인들의 온정에 네팔 정부도 화답해 지난해 8000만 원을 들여 8월 일부 교사(校舍)를 새로 지었다. 또 올해 6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다른 건물도 지을 계획이다.
산타 무라토키 교장(29·여)은 “한국에서는 작은 도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도움과 온정”이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보내준 서전고 학생들과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그동안 서전고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지원으로 바드라칼리 초등학교에 책걸상과 칠판, 정수시설, 물탱크 등을 만들었다”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공부를 하는 네팔의 어린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부·봉사 활동을 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