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4부작 ‘마음의 상처를…’ 정신과 의사 故안극창씨 이야기
성장기 정체성 혼란 극복 등 감동… “의료 드라마 중 발군” 호평 쏟아져
18일 일본 공영방송 NHK가 한신대지진 25주년을 맞아 당시 피해자들을 치료한 재일교포 3세 의사를 다룬 4부작 드라마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의 방영을 시작했다. 일본영화비평가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 에모토 다스쿠(柄本佑·34)가 정신과 의사 안 가쓰마사(安克昌·1960∼2000) 씨 역할을 맡았고 방영 직후부터 호평이 잇따랐다.
한신대지진은 1995년 1월 17일 고베, 오사카 등지에서 일어난 규모 7.3의 대지진이다. 당시 6434명이 숨졌고 4만3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베대부속병원에서 근무했던 안 씨는 지진 때문에 본인도 다친 상황이었지만 열성적으로 피해자들의 정신적 상처를 돌봤다.
일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의 선구자로 불리는 안 씨는 당시 진료 활동을 담아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저서에서 “단순히 피해자를 치료하는 수준이 아니라 치유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고베시립 니시(西)시민병원의 정신과 과장 등을 지낸 그는 2000년 12월 40세의 젊은 나이에 간암으로 숨졌다.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인데도 이 드라마는 안 씨가 재일교포라는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모친의 외국인등록증을 발견했다. 모친은 그에게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다들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래서 ‘야스다(安田)’란 일본식 성을 사용했고, 원래 성은 ‘안(安)’”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 씨 또한 극중에서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꼈다”고 밝힌다. 그는 고교 시절 친한 친구가 ‘야스다’로 부를지 ‘안’이라고 부를지 묻자 “야스다라고 부르면 왠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안으로 불러 달라”고 한다.
안 씨의 성장기와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1회 방영이 끝나자 온라인에는 ‘의료 드라마 중 발군’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냐고’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시청자는 “만나지도 않은 재일 한국인을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은 TV 앞에서 정좌하고 이 드라마를 보길 바란다”라는 트윗도 게재했다. 2회부터는 한신대지진과 안 씨의 진료 과정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드라마는 다음 달 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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